20억짜리 소 100마리가 산다고?…서산 핫플 'JP목장'의 비밀
씨수소 키우는 한우개량사업소
■ 국내여행 일타강사
「 손민호 여행전문기자가 발품 들인 글맛으로 국내 여행 ‘일타 강의’에 나섰습니다. 첫 번째는 서산 인증샷 명소. 벚꽃 흩날리는 봄날이면 MZ들이 ‘인생사진’ 찍겠다고 소동을 벌이는 목장이라죠. 그런데 그 목장, 아직은 출입금지입니다. 내년 초 마침내 문을 여는 금단의 초원을 미리 다녀왔습니다. 한 마리에 20억원 들여 키우는 소가 100마리 사는 곳의 비밀은 뭘까요.
」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우용 인공수정 냉동 정액을 생산하는 목장이다. 전국 소의 약 97%가 이곳의 씨를 받아 태어난다. 여기 소가 탈이 나면 전국 소가 아버지를 잃는 셈이 된다. 대가 끊기는 것이다. 그래서 목장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서산한우목장, 정확히 말하면 한우개량사업소 조근영 총괄부장의 설명이다. 현재 목장에는 씨수소 100마리를 포함해 약 3000마리의 소가 살고 있다. 씨수소는 이름처럼 씨를 생산하는 소다. 우수한 씨수소 한 마리를 생산하는 데 보통 60개월, 즉 5년이 걸린다. 전국에서 가장 쾌적하고 안전한 축사에서 전문가가 짠 식단에 맞춰 주문 생산된 사료를 받아먹으며 지낸다. 씨수소가 호사를 누리는 대가로 하는 일은 종자 생산이다. 씨수소는 약 3년간 10만str(스트로, 1str가 0.5㎖에 해당)의 정액을 생산한다.
씨수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0억원이다. 씨수소 한 마리는 보통 인공수정 10만 회 분량의 정액을 생산한다. 평균 수태율이 70%니까 씨수소 한 마리가 약 7만 마리의 송아지를 낳는 셈이다. 농협축산정보센터 2022년 월별 가격동향에 따르면 수송아지(6~7월령) 1마리의 가격이 약 386만원이다. 386만원에 7만 마리를 곱하면 씨수소 한 마리가 2702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산한우목장에서 최초로 씨수소를 생산한 건 1987년이다. 현재까지 1500여 마리를 선발했다. 후보 씨수소 200~300마리를 확보하고 해마다 30마리 정도의 씨수소를 선발해 연평균 100마리 정도의 씨수소를 유지한다.
서산한우목장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일대에 걸쳐 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목장을 남북으로 가르는데, 서산휴게소가 목장 배꼽께 위치한다. 상왕산(307m)과 일락산(521m)의 서쪽 자락이 목장의 동쪽 경계를 이루고 서쪽으로는 일반 농경지와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목장 대부분이 완만한 구릉지대로, 목장 안에 신창저수지와 ‘용비지’라 불리는 용비저수지가 있다. 신창저수지 너머 상왕산 아래 자락에 백제 고찰 개심사가 자리한다.
1960년대 후반 권력자의 눈에 이 땅이 들어왔다. 박정희 시대 2인자 김종필 전 총리가 69년 1월 삼화축산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이 땅에서 축산농장을 시작했다. 이른바 김종필 목장은 80년 신군부가 들어선 뒤 JP의 부정축재 목록에 올라 국가에 몰수됐다. 목장은 82년 축협중앙회 서산목장으로 바뀌었다가 2017년 지금의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가 됐다.
목장이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건 2010년부터다. 그해 겨울 구제역 파동이 났었다. 전국의 허다한 소가 맥없이 스러졌던 그해 겨울, 한우개량사업소 전 직원은 겨우내 퇴근을 못 했었다. 요즘도 구제역 비상이 걸리면 알아서 퇴근을 포기한단다.
소문 무성하고 원성 자자했던 서산한우목장이 내년 초 개방된다. 서산시와 한우개량사업소의 긴 협의가 끝나 탐방로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구역만 문을 연다. 약 2.2㎞ 길이의 데크 로드를 설치해 탐방로만 다니게 할 계획이다. 데크 로드는 지상에서 50㎝ 이상 떨어뜨려 짓는다. 소가 뜯어먹는 목초에 외부 종자가 섞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수상하면 이내 걸어 잠근다. 취재를 마치고 나올 무렵 한우개량사업소 직원들이 몇 번을 당부했다.
“‘대여섯 달만 기다리면 입장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참으시라’고 꼭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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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생수 할아버지’ 회장님의 꿈…화담숲, 마침내 숲이 되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3668
② 그 한우는 고지혈증 걸렸다, 당신이 먹은 ‘투뿔’의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1851
」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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