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환자 개인정보 담긴 책자 ‘긴급 회수’ 해프닝

이름·주민번호 고스란히 노출
전국 병원에 일반 우편물로 발송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 건강증진센터 안내 매뉴얼에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담았다가 긴급히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단은 지난달 24일 전국 지사를 통해 각 병원 건강증진센터에 1만개가 넘는 책자를 일반 우편물로 배송했다. 책자는 건강증진센터가 건보공단에 건강검진비를 청구하기 위해 건강관리 포털 시스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안내하는 내용이다.

공단은 책자에서 해당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삽입해 입력방식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3건, 생년월일 6건을 가리지 않아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우편으로 발송돼 정확히 누가 열람한 상황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채 책자가 나간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며 “황급히 지사 직원들을 보내 책자 수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당사자들에게도 관련 사실을 통지했다.

하지만 곧바로 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회수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서 직접 건보공단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책자를 열어서 내용을 확인해봤다고 한다.

공단은 회수 이유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유를 묻자 ‘단순 표기 오류가 있다’는 말만 남기고 갔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책자를 타인에게 보내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 행위다. 개인정보보호법 34조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알게 됐을 때 바로 정보 주체에 알려야 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와 결합한다면 민감 정보도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이날 “배송된 책자는 모두 회수했고, 배송되지 않은 건은 회수 진행 중”이라며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리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