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들여다보는 유럽… 中企협력사 ESG 챙기는 대기업들

황민혁 2023. 11. 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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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자기 돈'을 써가며 중소 협력사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두산과 중진공은 173개 중소 협력사의 ESG 역량 제고를 위해 탄소중립 진단 무상 지원, ESG 컨설팅 제공, 관련 전문 인력 양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비용을 투입해가며 협력사 ESG 경영을 촉진하는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공급망 관련 규제가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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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국제 기준 맞춰 선제 대응
국민일보DB

대기업들이 ‘자기 돈’을 써가며 중소 협력사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자금 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자체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고 ‘남 탓’만 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지속가능한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을 비롯해 각국의 ESG 규제가 강화되고, 원료·부품 조달 과정에서 ESG 현황이 자본시장에서 주요 투자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울산 남구 SK울산콤플렉스에 협력사 약 80곳을 초청해 ‘탄소 저감 설비 도입 지원사업’ 기념행사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올해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4개 협력사를 선정해 총 3억10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선정된 기업이 에너지 고효율설비를 도입할 때 비용의 80%를 보조한다.

SK지오센트릭(SK이노베이션 자회사)의 배관자재 납품 협력사인 서울엔지니어링 김경섭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의 지원으로 석유나 천연가스로 돌리던 용해로를 전기로 구동하는 용해로로 대체했다”며 “탄소 배출 저감에 더해 작업자의 안전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도 전날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중소기업 ESG 공급망 공동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두산과 중진공은 173개 중소 협력사의 ESG 역량 제고를 위해 탄소중립 진단 무상 지원, ESG 컨설팅 제공, 관련 전문 인력 양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두산은 중소 협력사의 자가 ESG 진단 평가를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심층 진단 및 탄소중립 수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후속 지원은 내년부터 한다.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 협력사에 2025년부터 ‘재생에너지 100%’ 전기로 생산한 제품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소재사들이 ESG 경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지원하고, 환경 관련 리스크 사전 대응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협력사 탄소 감축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당장의 사업에는 문제 없다. 다만 다가오는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비용을 투입해가며 협력사 ESG 경영을 촉진하는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공급망 관련 규제가 작용했다. EU의 공급망 실사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유럽에서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원료·부품 조달 과정에서 인권·환경 침해를 예방할 의무를 진다.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제재가 가해진다.

법률 규제가 아니더라도, ESG는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대형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국내 수출 기업에 요구하는 ESG 기준이 계속해서 까다로워지는 추세”라며 “자본시장에서 ESG펀드 조성, ESG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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