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가 문제아 키워?…오은영 "오냐오냐 교육, 절대 아니다" [이지영의 직격인터뷰]

이지영 2023. 11. 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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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 육아법’ 논란 오은영 박사가 말하다


지난달 31일 만난 오은영 박사. 육아에 대한 책임이 부담스러워 부모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완벽을 육아의 기준으로 삼지 말라”며 “부모의 실수 때문에 아이들이 망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요즘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58) 박사는 흡사 ‘동네북’ 같은 신세다. 한국 사회의 심각한 병리 현상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선 그가 진행하는 방송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가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가 많다”며 저출산 극복의 걸림돌로 거론됐고, 교권 침해 문제가 속출하자 그가 설파해온 ‘공감 육아’가 문제아와 문제 부모를 양산하는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 다른 사람에 공감하는 능력 중요
‘넘지 않아야 할 선’ 확실히 해야

육아는 과학…뇌 신경회로 문제
아이 어려울 땐 교사와 의논을

‘체벌 있던 과거가 낫다’는 환상
80년대생 부모 책임론도 편견

이지영 논설위원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오은영아카데미에서 만난 오 박사는 “내게 영향력이 있다면 더 세심하게 살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주장하는 ‘공감’과 ‘이해’가 ‘허용’과 같은 개념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의 뜻을 오냐 오냐 받아주고 ‘금이야 옥이야’ 키우면 절대 안 된다. 단호한 훈육으로 인간으로서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냐, 오냐” 무조건 허용은 금물

Q : ‘공감하라’ ‘이해하라’는 것은 어떤 뜻인가.
A : “공감은 누군가가 아파하거나 고통스러워할 때 내가 똑같은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저런 상황에서는 참 마음이 힘들고 아프겠구나’를 아는 것이다. 이런 공감 능력을 통해 인간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을 하고 행복을 느낀다. 요새 ‘지나친 공감’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공감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이 뜻을 다 받아주고 소원 성취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공감’이 아니라 ‘지나친 허용’이다. ‘이해’란 말도 마찬가지다. 내가 방송에서 ‘이 아이를 이해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건 이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해결 방향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그냥 이해해줘, 무조건 받아줘버리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한계와 규율을 가르치는 ‘훈육’이란 말 역시 오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공포를 느끼도록 해서 찍소리 못하게 하는 건 훈육이 아니다. 당장은 잘못된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는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감과 훈육은 반대 개념이 아니다. 집 지을 때 기둥을 세우듯 부모가 늘 동시에 고려하고 같이 실천해야 한다.”

정상·비정상 이분법 구분은 위험

Q : TV 프로그램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 되기가 겁나는 게 사실이다. ‘문제 있는’ 아이들의 육아법을 보통의 부모들이 따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A : “신체적인 질병과 달리 육아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모든 아이가 겪는 일이다. 이를테면 누구나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걸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태어나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 관계를 맺고 유지를 하는지 단계적으로 익혀나간다. 이런 발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정상·비정상으로 나누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그 어려움의 본질적인 이유와 해결 방향을 알면 누구에게나 육아가 더 수월해지고 아이들도 더 행복하게 자란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건 알지만, 성장하면서 안 행복했다고 말하는 어른이 많다. 이들은 자신이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도 안 행복할까 봐 두렵다고 한다. 올바른 육아 방법을 알게 되면 적어도 이런 사례는 좀 줄어들지 않겠나.”

Q : ‘솔루션’이란 방법을 통해 정말 아이가 바뀌나. 사람의 변화가 그렇게 과학 공식처럼 이뤄질까.
A : “과학이 맞다. 양육은 자녀를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인간은 발달을 통해 기능을 획득한다. 대뇌의 해당 신경회로가 잘 연결돼 거기에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때 기능이 발휘된다. 집중할 때 쓰는 신경회로, 잔소리를 받아들일 때 쓰는 신경회로가 따로 있기 때문에 잔소리한다고 집중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필요한 뇌 회로가 잘 발달하게 하려면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 잘 관찰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선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 뇌의 신경회로를 변화시키고 대뇌의 신경 생화학적 환경과 신경 생리적 환경을 변화시켜 아이의 정서와 행동, 부모와의 관계를 바꾼다. 그래서 아이의 발달상 어려움을 부모가 빨리 알아차리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교사와 의논하되 요구하지 마라”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에 올라왔다.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들이 성토 대상이 되면서, 그의 책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가 특정 교사와 맞지 않아 부딪히면 교사를 찾아가 이야기하고 교사에게 “조심하겠다”는 말을 듣고 오라고 조언한 부분을 두고 ‘학부모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Q : 책의 사례는 교사가 책상을 ‘땅!’ 하고 칠 때 아이가 놀라고 무서워하는 경우였다. ‘이런 일에 교사를 찾아가기까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A : “교권 침해로 힘들어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은 상황에서 ‘교사와 같이 의논해보라’는 말을 하기가 겁이 난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의논해서 지도하고 키우는 게 맞다.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교사를 찾아가 의논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오해하면 안 된다. ‘의논’을 하라는 것이지 ‘요구’를 하라는 게 아니다. 책 내용의 초점은 아이의 상황을 교사에게 알리고 의논을 해서 같이 잘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의논하면 선생님은 ‘조심해서 잘 살펴야 되겠네요’라고 하실 거다. 사과를 받으라는 말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독자분들이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수정하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이에게 ‘상대방만 너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는 없어. 너 또한 처한 환경에 맞춰 나가야 해’라고 가르치라는 내용도 책 바로 뒷부분에 나와 있다.”
공정에 민감한 1980년대생 부모들

Q :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과거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왜일까.
A : “유아 교육 단계에서부터 너무 일찍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학습이 인성 교육, 정서 교육의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또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면서 배운다. 옳고 그름을 알아 양심껏 행동하고 약자를 도와주며 사는 모습을 사회에서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발달 지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Q : 체벌이 흔했던 과거에 도리어 ‘문제아’가 적었다는 주장도 있다. 매는 정말 안되는 건가.
A : “안 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나를 비난해도 할 수 없다. ‘예전엔 때려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라는 건 환상이다. 지금처럼 디지털화돼 있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을 뿐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었다. 매로 아이를 굴복시키면 반응은 금방 온다. 하지만 유아기·아동기에 가장 가까운 부모로부터 경험했던 공포감이 나중에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이다.”

Q : 자기 권리를 내세우는 1980년대생 젊은 부모들이 교권 붕괴 등의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A : “위험한 편견이다. 실제 그렇지도 않다. 세대별 특징이 있을 뿐이다. 1980년대생들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네 생각을 말해보라며 자기주장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를 많이 배웠고 그런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의를 봤을 때 말을 하게 된 것은 너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를 내재화하면서 잘못 적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몇몇 사례가 눈에 띄는 것 같다.”
“할 일과 안 할 일 분명히 가르쳐야”

Q : 자녀의 정서적 상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젊은 부모 세대 특징이다.
A : “스트레스와 정서적인 상처에 대한 개념의 혼동이 양육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다뤄내는 내면의 힘이 생겨야 독립·자립할 수 있다. 그 연령 대부분의 아이가 하는 일은 해야 하고, 대부분이 안 하는 일은 안 하는 게 맞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로 힘들어한다고 ‘그래그래 알았어 하지 마’ 하면 아이를 망친다는 건 사실 상식 아닌가. 젊은 부모 세대가 정서적 상처에 특히 예민한 것은 이들의 성장 환경과 관련된 일일 수 있다. 성취와 성과에 대한 지나친 압박, 디지털을 통한 불특정 다수와의 비교 등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가 너무 많은 세대여서 자녀의 상황에 자신의 상처가 건드려지는 것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이다.”

Q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
A : “부모가 되어 한 사람을 깊은 사랑으로 키워내는 일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음이 편안하고 다른 사람과 잘 지내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아이를 그런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또 내가 행복해야 자녀를 출산할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학교에서부터 ‘마음’과 ‘관계’를 가르치는 교과서로 이런 교육을 하면 좋겠다.”
◆오은영=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전문의.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 정신과 교수를 지냈다. 2005년부터 11년 동안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하면서 ‘육아 멘토’로 명성을 얻었다. 2003년부터 오은영소아청소년 클리닉과 오은영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 등을 펴냈다.

이지영 논설위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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