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라드 칼럼] ‘중동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린 북한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사용한 무기의 10%가 북한산으로 추정된다고 이스라엘군이 최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무근거한 자작 낭설”이라고 일축하며 북한의 하마스 무기 공급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압수한 무기 중에 북한제 F-7 로켓(사진 원 안)이 발견됐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하마스에 무기를 공급한 지 이미 오래됐다고 본다. 북한은 일축했지만 이미 북한은 중동 사태의 소용돌이 휘말려 들었다.
북한의 하마스 지원은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환영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북한의 외교적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북·미 관계가 그렇다. 미국 정치에서 중동은 북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많은 의원은 한반도 문제엔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열정적이고 초당적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이 연루된 사실을 미국 의회가 인지하게 됐다. 이란을 바라보듯 북한을 바라보게 될 것이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시각에서 북·미 관계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군이 전망하듯이 이번 분쟁이 몇 달씩 지속하고 더 많은 북한제 무기가 하마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북·미 관계에 대한 미국 의회의 여론은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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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하마스 무기 지원 포착돼
이스라엘 지지하는 미국 반감 커
미국, 대북 강경으로 회귀 가능성
」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하마스 연계는 아마 더 중요한 대선 이슈로 떠올라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모두 더욱 강경한 대북 노선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물 건너가게 된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보다는 2017년의 대북 강경 기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더 크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미국에서 대북 관련 양보나 대화가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누가 당선되든지 그런 기조가 차기 대통령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북한 정권의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북한 외교 및 경제 정책 악재와 맞물려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러 관계에 내재된 불안정성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과 석유를 지원할 것이기에 북한에 경제적 이득이겠지만 이 관계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북한이 가용한 모든 노동력을 러시아에 보내고 마지막 남은 포탄이나 미사일까지도 지원한다면 국내외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러시아로서는 더는 북한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북한은 외부 원조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경제 관계 다각화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러 관계가 최우선이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긴 중국은 선뜻 북한 돕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회원국도 아닌 북한에 예전처럼 관대한 지원을 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원조를 기대할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한의 지원을 얻어내려던 노력은 수포가 됐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성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과 하마스 관계가 북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러시아에서 더 이상의 지원이 불가능하고, 중국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한국이나 유럽연합(EU)으로부터 원조가 불가능하다면 북한은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북한은 아마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로 북한 내부에서 이미 체면이 구겨진 김 위원장에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연계는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북한엔 독으로 작용해 북·미 관계 개선도 어려워질 수 있다.
북·러 관계가 효용가치를 다하면 북한은 출구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핵무기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하고 지난 6월 15일 일부가 공개된 보고서와도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이 강압적 행동으로 또다시 오판하면 북한 내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10월 7일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뿐 아니라 북한에도 불행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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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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