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가족을 위한’ 괴물은 되지 말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주 원주민 보호구역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오세이지 부족의 보호구역에서 석유가 발견된 뒤 백인들이 몰려들어 부족의 돈에 빨대를 들이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 미국판 ‘기생충’의 핵심인물이 백인 윌리엄 ‘킹(King)’ 헤일(로버트 드 니로)이다. (※다량의 스포 있음)
마을 원로인 헤일은 전쟁에서 돌아온 조카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젊은 오세이지족 여성을 지목한다. 그녀와 결혼하면 그 가족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일이 내세운 논리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와야 할 돈이야. 그들의 시대는 끝났어.”
원주민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헤일은 그들의 편에 선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돈을 위해서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원주민 가족을 몰살시킨다. 웬일인지 한 원주민 남성을 끔찍하게 아끼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왜 보호해주냐고? 그 놈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놓았어. 올해 죽으면 보험금을 탈 수 없거든.”
하지만 가장으로서는 그렇게 훌륭할 수가 없다. 자상한 남편이요, 인자한 아버지다. 어니스트가 법정에서 진실을 털어놓으려 할 때도 자신의 아내와 딸의 눈물을 앞세워 ‘가족주의’에 호소한다. 그토록 자기 가족은 소중하면서 원주민 가족은 그저 죽여도 되는 대상인 걸까.
남의 가족을 위해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각자도생이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도 아니다. 그래도 인간이라면 남의 가족에게 야멸차게 굴거나 짓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가족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도덕적이지만 합리적이기도 하다. 강에 오물을 버리면 당신도 그 물을 마셔야 한다. 남의 가족을 함부로 대하면 언젠가 자기 가족도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 가상한 마음으로 괴물은 되지 말자. 그건 진정으로 가족을 위한 일이 아니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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