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잊어버린 나와 레켐비
‘고스톱을 치세요. 내비게이션을 가급 사용하지 마세요. 손동작을 많이 하세요. 닭튀김은 옷을 벗기고 순살만 드세요.’ 치매 예방 습관 지침은 치매 환자 연간 총 관리비용을 생각할 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중 약 1%인 이 비용의 증가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보건복지부도 5년 단위로 치매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치매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근본적으로 늦추는 세계 최초의 신약이 탄생했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의 종말이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올 7월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이야기다. 일본도 자국 제조와 판매를 허가했다. 타임지는 레켐비를 2023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이 약의 공동 개발사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다.
인지증(認知症)은 일본에서 치매 대신 쓰는 표현이다. 2004년 치매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이 용어가 탄생했다. 환자와의 공감 형성과 유대 강화, 치매와의 공존을 위해서다. 한국도 치매 표현 퇴출을 준비 중이다.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가 이 약으로 효과를 보고 더 오래 독립적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해야 한다.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불명예는 이제 지겹다. 출산은 선택이나 늙음은 택할 수 없다. 건망증은 사소한 내용을 잊지만 중요한 건 비교적 잘 기억한다. 인지증은 가장 소중한 ‘나’를 잊게 기억을 포맷한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작동하지 않게 독일 대문호 괴테의 말을 읊어본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배우 브루스 윌리스나 윤정희도, 레이건 대통령도 그러하지 못했다. 건강정보이해능력(Health Literacy) 증진이야말로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확실한 길이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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