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개월 만에 최대폭 오른 물가…과도한 재정 확대는 자제해야

2023. 11.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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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등이 참가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 “재정 늘리면 물가 올라 서민 죽는다”


국가부채 400조 늘린 야당이 또 “확대재정” 타령


10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8%나 올랐다. 3월의 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오른 데다 이상 저온 현상 탓에 과일·채소류 같은 농산물 가격이 많이 뛰었다. 당초 정부 예상보다 물가 하락세가 더디고 완만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 물가안정 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했다. 난방비·김장비 지원 대책도 발표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전망한 내년 물가상승률 2.4%는 배럴당 84달러의 유가를 전제로 한 것이다. 내년 유가가 90달러만 돼도 물가 예측을 다시 해야 할 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교과서적 처방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재정 투입을 줄이는 긴축적인 거시경제 정책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걱정되는 현 상황에서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긴축적인 통화신용정책을 쓰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재정을 너무 쓰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타운홀 미팅 형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이 죽는다”고 한 말은 틀린 게 없다. 지금의 고물가가 아무리 고유가와 고금리라는 외생 변수의 영향이 크다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허리띠를 조일 필요가 있다.

물론 재정 투입을 과도하게 줄이는 건 경기 방어라는 정부 재정의 기본적인 책무를 생각하면 한계가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취약계층 보호와 경제 체질 개선, 미래 역량 강화를 위해 쓸 것은 써야 한다. 총지출 2.8%만 늘린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라고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확장재정을 통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R&D),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소비 진작을 ‘쌍끌이 엔진’으로 삼아 경제를 회복시키자는 주장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 권한을 고려할 때 청년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청년 3만원 패스’나 지역화폐 한시적 도입 등 일부 소비 진작책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보수 경제학자 중에서도 경기 방어를 위해 재정이 좀 더 나서야 한다는 이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재정을 과도하게 투입해 물가를 자극하고 건전재정 기조까지 흔들지는 말아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건전재정은 국가신인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우리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나라 재정을 마음껏 쓰며 국가부채를 400조원이나 늘렸던 문재인 정부의 방만 재정에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과도한 재정 확대 주장은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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