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개발도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는 한국은행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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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도 OECD 1위…저출산 심화의 원인
인프라 집중 투자해 비수도권 거점도시 키워야”
어제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 경제’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이제까지 수도권 집중의 원인을 분석하고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 지방 청년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바람에 저출산이 심해지고 지방의 성장 잠재력도 훼손됐다고 분석했다. 지역 거점 도시 육성이라는 정책 제안도 에두르지 않고 분명하게 밝혔다. 통상적으로 주장이 뚜렷하지 않고 정책 제언도 두루뭉술했던 기존의 한은 보고서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국토의 12%에 불과하지만 50% 넘는 인구가 몰려 있다. 한국의 수도권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가운데 가장 크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활발한 인구 이동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15~2021년 수도권 인구 증가의 78.5%는 상경한 지방 청년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지방의 인구 감소도 70~80%가 청년이 떠나서였다.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 경제는 출산이 줄어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청년층 노동 공급 감소는 기업 유입을 더 어렵게 한다. 전국 생산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처음으로 넘어선 2015년 이후 이런 흐름이 강해졌다. 보고서는 “비수도권의 청년 인재 유출(brain drain)과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2003년 최상위 국정과제로 격상됐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은 계속됐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의 경우 낙후 지역 개발에 초점을 두기에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보조금을 많이 받아갔다. 보고서에선 “그동안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예산을 배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발전 전략을 거점 도시 중심으로 전환해 정책 효과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은의 처방은 ‘선택과 집중’이다. 비(非)수도권 몇 개 거점도시에 산업과 인프라를 몰아주는 전략이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거점도시 위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눠먹기식의 중소도시로 쪼갰던 관행을 비판한 셈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을 담은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개념과는 별개로 진행된 연구라고 한은은 선을 그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지방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고 기회발전·교육발전 등 4대 특구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의 ‘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그제 발표했다. 20년간 추진했던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형평성에만 치중하다 실패했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한은의 지적을 정치권과 정부가 숙독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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