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도시의 ‘놀이행성’…물고기가 눈앞서 쏟아졌다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지난 9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의 60개 카지노 수익만 7억4120만달러(약 1조원)를 기록해 역대 9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 호황과 팬데믹 기간의 보복 소비 때문이다. 그러나 카지노만 하려고 사막 한복판의 도시를 찾아오진 않는다. 새로운 놀 거리가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지난달 말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왔다. 인간의 놀 궁리를 최첨단으로 구현한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노는 것도 먹는 것도 대충이 없었다.
16만7000개 스피커의 몰입감
9월 29일 개관한 세계 최대 구형 공연장 ‘스피어’는 단숨에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약 3조원을 들여 만든 스피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내부. 좌석은 1만8000개로 그리 많지 않은데, 화면 크기가 1만5000㎡, 그러니까 축구장 두 배 크기다. 곡면으로 휘어서 천장까지 닿은 화면에 18K 영상이 펼쳐져 몰입감이 상당하다. 스피커는 무려 16만7000개에 달한다.
영화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가 연출한 50분짜리 영상물 ‘지구에서 온 엽서’를 봤는데 해저에서 가오리가 헤엄치는 모습, 코끼리가 초원을 걷는 장면이 생생했다. 화면에 따라 바람이 불어오고 향도 퍼졌다. 영상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스피어는 외관도 압도적이다. 2억6800만 개 픽셀로 뒤덮인 건물 외벽에 종일 화려한 영상이 재생된다. 스피어는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공연과 스포츠 경기도 연다. 아일랜드 록그룹 U2가 테이프를 끊었다. 9월 말 시작한 공연이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이 기괴한 건물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MSG는 라스베이거스 외에도 대륙마다 스피어를 하나씩 만들 계획이다. 영국 런던, 중동은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이고, 한국은 경기도 하남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MSG와 협약을 맺었는데, 아직 건립 확정은 아니다.
뉴욕이나 런던을 가면 뮤지컬을 관람하듯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쇼를 봐야 한다. 노래와 춤, 서커스 수준의 퍼포먼스와 화려한 무대장치가 어우러진 쇼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벨라지오 호텔의 ‘오쇼(O Show)’와 MGM 그랜드 호텔의 ‘카쇼(KA Show)’가 쌍두마차로 꼽히는데, 지난해 10월 상연을 시작한 원 호텔의 ‘어웨이크닝’ 공연도 아성을 넘본다. 여주인공 IO가 빛과 어둠을 재결합하는 신화적인 모험 이야기다. 500만L 이상의 물을 쓰는 오쇼 같은 시각적 충격은 덜해도, 배우들의 춤과 눈부신 무대장치가 인상적이었다. 좌석 머리맡에 스테레오 스피커가 설치돼 있어 음악과 대사도 또렷하게 들린다.
단돈 45달러 뷔페로 원없이 식사
라스베이거스는 먹는 재미도 남다르다. 이를테면 벨라지오 호텔의 ‘가든 테이블’ 같은 곳. 사진 명소로 통하는 벨라지오 온실·식물원 안 버섯 모형 아래에 6명까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딱 하나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온실·식물원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 ‘새들스’의 뉴욕식 브런치를 가든 테이블에서 먹는다. 1인 125달러(약 16만원)를 내면, 베이글과 신선한 연어와 연어 알, 페이스트리 빵을 내준다. 오믈렛이나 에그 베네딕트 같은 메인 요리는 각자 선택하고 샴페인까지 곁들일 수 있다. 가격이 비싼데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 셰프의 간판을 내건 레스토랑도 많다. 퓨전 일식 개척자인 노부 마츠히사의 식당 ‘노부’는 라스베이거스에서만 3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3월 개장한 패리스 호텔의 노부는 한국인이 수석 셰프를 맡고 있다. 유자향 은은한 간장이 곁들어진 방어 회, 참기름 향이 감도는 연어 뱃살 회, 대구 된장 조림 맛이 도드라졌다. 레스토랑 노부의 유현주 셰프는 “와규, 바닷가재 요리도 자신 있다”며 추천했다. 2021년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개장한 ‘아말피’는 미국의 유명 셰프 보비 플레이가 연 지중해 식당이다. 참돔·농어 등 얼음에 재운 생선을 손님이 고르면 바로 요리해준다. 애피타이저인 문어구이와 게살 완자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라스베이거스는 예부터 뷔페가 유명했다. 겜블러를 붙들어 두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원 없이 식사를 즐기도록 했는데, 한국인이 유독 좋아한다. 코스모폴리탄 호텔의 뷔페식당 ‘위키드 스푼’은 가성비가 빼어나다. 주중 1인 이용료가 45달러(약 6만원, 세금 제외)다. 서울 신라호텔의 주중 브런치 뷔페(16만8000원)의 반값도 안 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고, 90분간 이용할 수 있다. 4세 이하는 무료다. 위키드 스푼은 특히 멕시코 음식과 디저트 맛이 준수했다. 다만 일식·중식의 종류가 적은 건 아쉬웠다. 대게찜 앞에 유독 많은 사람이 줄지어 있었다.
RM도 반한 사막 인증명소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형 호텔이 모여 있는 지역을 ‘스트립’이라 한다. 별천지 스트립을 벗어나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택시를 타고 10여 분 북상하면 다운타운이 나온다. 스트립이 발전하기 전에 카지노와 상업시설이 번성했던 곳이다. 쇠락한 구도심을 살리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아치형 천장에 LED 전구를 수놓은 프리몬트 거리, 수십 개의 컨테이너에 부티크 숍과 식당이 들어선 컨테이너 파크가 대표적이다.
2019년 다운타운의 문 닫은 모텔에 예술가가 입점하고 미술품을 전시한 ‘퍼거슨 다운타운’이 문을 열었다. 10월 22일 그곳을 찾아갔다. 화물차를 활용한 설치미술이 단박에 시선을 끌었다. 마당에서 하와이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야자수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마당에서 하와이 음악을 들으니 여기가 라스베이거스가 맞나 어리둥절했다.
스트립 서쪽 약 30분 거리에는 ‘레드록 캐니언 국립 보존 지구’가 있다. 4시간 이상 떨어진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같은 풍광은 아니어도 사막 풍광을 감상하기엔 충분하다. 약 2억 년 전에 형성된 바위 형상이 압도적이다. 색깔이 화려한 바위가 있는가 하면, 물결이 흐른 것처럼 지층이 선명한 바위도 있다. 전기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도 많다.
스트립 남쪽 30분 거리, 사막 한복판에는 컬러풀한 기둥 7개가 서 있다. 스위스 미술가 우고 론디노네가 2016년에 만든 작품 ‘7개의 마술 산’이다. 무게가 10~25t에 육박하는 화강암 덩어리 33개로 9~10m 높이 기둥을 만들었다. 론디노네는 “사람들이 자연과 인간 개입의 역사를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를 떠나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RM도 여길 방문해 인증사진을 남겼다.
☞여행정보=미국을 가려면 입국 72시간 전까지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야 한다. 1인 21달러(약 2만8000원). 대한 항공이 인천~라스베이거스 노선을 주 4회 취항한다. 영상 관람을 포함한 스피어 입장권은 시간과 자리에 따라 다르다. 49달러부터. U2 스피어 공연 티켓은 스피어 홈페이지 참조. 현재 가장 저렴한 티켓은 372달러 수준이다. ‘어웨이크닝’은 윈 호텔 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 138달러부터. 레드록 캐니언은 가이드와 함께 분홍색 픽업트럭을 타고 둘러보는 ‘핑크 어드벤처 투어’를 추천한다. 자세한 정보는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라스베이거스(미국)=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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