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엔 ‘홍·방·싱’…올해 대세 패키지 여행은?
한국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1993년 국진여행사로 출범한 하나투어의 누적 이용객은 자그마치 4723만 명. 한국인 92%가 한 업체를 통해 해외여행을 한 셈이다. 그러니까 하나투어의 30년간 히트 상품을 보면 한국인의 해외여행 변천사까지 읽을 수 있다.
중남미 같은 특수 지역에 집중했던 국진여행사는 1996년 하나투어 브랜드를 만들면서 저변을 넓혔다. 1990년대에는 여느 여행사처럼 ‘홍방싱 패키지’가 대세였다. 홍콩·방콕·싱가포르를 모두 둘러보는 이른바 동남아 순방이 인기였던 시절이다. 1998년 하나투어는 한국인 약 9만 명을 내보내 국내 여행사 1위 실적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시아 여행지가 다변화했다. 태국 푸껫, 인도네시아 발리가 신혼여행지로 이목을 끌었다. 하나투어는 색다른 휴양지를 발굴했다. 2002년 처음으로 전세기를 띄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가 대표적이다. 2004년에는 팔라우 상품을 선보였다. 필리핀 동쪽에 자리한 섬나라 팔라우는 필리핀이나 괌·사이판과는 또 다른 천혜의 자연으로 이목을 끌었다.
2016년 사드 배치로 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한국인은 중국을 가장 많이 여행했다. 특히 백두산, 상하이(上海), 장자지에(張家界)는 한국인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저우룬파(周潤發)가 아니라 주윤발이 익숙한 것처럼 장자지에가 아니라 장가계는 중국 패키지여행의 일번지였다. 하나투어가 띄운 지역도 많았다. 2012년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전설이 깃든 태항산, 2016년 실크로드가 관통한 둔황(燉煌)과 란저우(蘭州) 상품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10년대 들어 개별자유여행이 본격화했다. 스마트폰 보급, 저비용항공 성장도 주효했지만 패키지여행 자체를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여유 없이 팍팍한 일정, 쇼핑과 선택 관광 강요 등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에 팬데믹이 시작됐다. 해외여행이 막혔다가 약 3년 만에 국경이 하나둘 열렸다. ‘싸구려 패키지’를 찾는 사람도 여전했지만, 고객의 눈높이가 확실히 달라졌다.
여행사도 변신을 꾀했다. 하나투어는 2022년 ‘하나팩 2.0’을 선보였다. 현지인 맛집 방문, 도심 호텔 숙박, 단체 쇼핑 제외 등으로 패키지여행을 고급화했다. 하나투어 송미선 대표는 “하나팩 2.0 상품의 매출 비중이 전체 해외 패키지의 65%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하나투어가 4723만 명을 해외로 내보냈는데 가장 비싼 상품은 무엇이었을까. 2016년 포시즌스 그룹의 전용기를 타고 24일간 세계를 일주하는 1억8000만원짜리 상품이었단다. 지난 12년간 하나투어를 통해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 여행지는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일본 오사카 순이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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