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30도’ 11월 더위, 여름철 불던 남서풍이 불렀다

가을이 ‘역주행’하고 있다. 늦가을인 11월에 접어들었는데 기온은 거꾸로 오르고 있다.

2일 남부 지방의 기온이 최고 30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초여름 수준의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주말부터는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이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역주행이 길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늦가을 이례적인 고온현상에 2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최고기온이 26.5도로 11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10.2도 높은 25.9도였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가장 높은 11월 기온이다. 경기 수원(26.2도), 강원 강릉(29.1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기존 11월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남부 지역에서도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나타났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은 30.7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이달 들어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이다. 보통 늦가을인 11월이 되면 북쪽의 차가운 시베리아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빠르게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따뜻하고 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한반도에 머물면서 기온을 점차 높였다. 실제로 서울의 평균기온은 지난달 28일 14.2도에서 1일 19도까지 계속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마치 여름철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할 때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부는 것처럼 남쪽의 바다로부터 따뜻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습하고 따뜻한 날씨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날 밤사이에 하늘을 덮은 구름이 마치 뚜껑처럼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8.9도로 평년보다 12도 이상 높았고 전국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11월 최저기온의 상한을 넘은 곳이 많았다.

이번 이상고온 현상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부터는 기압골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전국 곳곳에 비를 뿌리겠고, 더위의 기세도 점차 꺾일 전망이다.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강하고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는 토요일인 4일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리다가 5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기상청은 “5~6일은 강하고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으니 배수구 점검 등 시설물 관리에 유의하기 바라며, 7일까지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낙과 등의 농작물 피해와 시설물 피해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6일 비가 그친 뒤에는 찬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추워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4도까지 떨어지겠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