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 안고 나온 가자지구 아버지…이 사진 가짜였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얼굴이 재로 범벅이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성. 그가 한 손엔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엔 아기를 안은 채 터벅터벅 걸어나오고 있다. 남성의 어깨와 목엔 겁에 질린 듯한 아이 세 명이 올라타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공격 받는 가자(Gaza_under_attack)’라는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킨 사진이다.
같은 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전쟁이 발발한 후 적지 않은 반(反) 이스라엘 진영에서 이 사진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 사진이 증거"라고 주장하면서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또한 지난달 28일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 X(엑스, 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반이스라엘 여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사실 AI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자세히 보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의 몸에 올라탄 아이들의 다리와 남성의 팔 부분이 부자연스럽게 처리된 것만 봐도 부자연스러운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AI로 생성한 허위 콘텐트까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사진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2일 오후 현재 기준으로도 엑스에서 사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댓글로 'Fake(허위)'라고 하면서 삭제 혹은 정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반격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중에 어린이 사망자가 많은 것은 허위가 아닌 사실이다.
지난달 29일 민간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TheChildren)'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주 동안 가자에서 숨진 어린이는 최근 4년 동안 전세계의 다른 분쟁 지역에서 연간 희생된 어린이 보다도 많았다.
하마스의 보건부 자료이기는 하지만, 이 기간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는 8796명인데 이 중 41%에 달하는 3648명이 어린이였다. 유엔 보고서와 서방 언론도 가자 희생자 중에서 어린이 비율이 유독 높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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