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북한에 대한 충격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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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는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헤커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이중경로 전략에 대응하는 데 실패한 여러 핵심사건을 '변곡점'(Hinge Points)이라고 부르며, 이 변곡점의 충실한 목격자이자 때로는 주역으로서 경험한 사건들을 다뤘다.
특히 헤커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선의의 외교적 노력이 북한의 거듭된 합의 위반으로 무산되었다는 통념을 깨부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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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프리드 헤커 지음, 천지현 옮김
창비, 610쪽, 3만원
북핵 문제는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가 쓴 ‘핵의 변곡점’은 북미 핵협상 역사의 복원이다. 이 책은 헤커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보고 북한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충격과 깨달음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헤커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이중경로 전략에 대응하는 데 실패한 여러 핵심사건을 ‘변곡점’(Hinge Points)이라고 부르며, 이 변곡점의 충실한 목격자이자 때로는 주역으로서 경험한 사건들을 다뤘다. 특히 헤커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선의의 외교적 노력이 북한의 거듭된 합의 위반으로 무산되었다는 통념을 깨부수고 있다.
미국 정부에는 북한이 핵개발 시간을 벌기 위해 외교를 이용할 뿐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팽배해 있지만, 헤커는 북한이 냉전 말기의 지정학적 대변동 속에서 미국과의 화해를 모색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힘을 바탕으로 하는 화해인 만큼 북한은 핵개발과 외교라는 이중경로 전략을 일관되게 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춘 미국 정부가 북한에 외교와 핵개발 중 양자택일을 강요함으로써 정치적 중간지대를 없애버렸다는 게 헤커의 논지 핵심이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한 주요 결정을 당파적 이해관계 속에서 내리는 바람에 더 악화했다고 비판한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전략이 실패했다는 판단 아래 최근 대외정책을 수정,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론내린 듯한 모습이다. 헤커는 윤석열정부가 최근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한국의 독자적 핵무력 개발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함으로써 한반도가 훨씬 더 위험했다고 경고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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