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 마법투+배정대 결승 투런' KT, NC '3-0' 꺾고 기사회생…승부는 4차전으로 [PO3]

김지수 기자 2023. 11. 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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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창원, 김지수 기자) KT 위즈가 적지에서 반격의 서막을 여는 데 성공했다. 토종 에이스의 역투와 주축 타자들의 홈런포를 앞세워 NC 다이노스를 꺾고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KT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NC 2승) 3차전에서 NC를 3-0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승부를 최소 오는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까지 끌고 갔다.

NC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고영표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고영표는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최고구속 138km를 찍은 직구를 비롯해 주무기인 명품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커브까지 적절히 섞으면서 NC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어놨다. 이견의 여지 없이 3차전 데일리 MVP의 영예를 안았다.

타선에서는 배정대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배정대는 2회초 KT에 승기를 가져다주는 결승 선제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30일 플레이오프 1차전 만루 홈런에 이어 또 한 번 손맛을 보며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뽐냈다.


KT가 자랑하는 불펜진도 호투했다. 7회말 손동현-8회말 박영현-9회말 김재윤이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NC의 추격을 뿌리치고 리드를 지켜냈다.

KT는 앞서 지난달 30~31일 안방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졌다. 1차전에서는 믿었던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3이닝 6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면서 5-9로 무릎을 꿇었다.

2차전은 2-3 석패였다. 마운드가 NC 방망이를 9회까지 3득점으로 비교적 잘 막아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오프를 거쳐 올라온 NC에 업셋(Upset)으로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역대 KBO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기준, 1999~2000 양대리그·1995·2008·2021년 제외) 1~2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무려 88.2%(15/17)에 달한다. 거꾸로 말하면 1~2차전을 패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12.8%로 매우 희박하다.

KT는 일단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로 한숨을 돌리고 '기적'의 첫 단추를 끼웠다. NC 주축 타자들과 불펜 투수들이 서서히 체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4차전에서 또 한 번 총력전을 펼쳐 5차전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NC는 선발투수 태너 털리가 6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태너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4이닝 7피안타 1피홈런 3볼넷 5실점,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 2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의 부진을 씻어내고 포스트시즌 들어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NC는 타선 침묵이 발목을 잡았다. 박민우-박건우-제이슨 마틴-권희동 등 핵심 타자들이 무안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 수립도 불발됐다. 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지난 31일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가을야구 9연승을 내달리고 해태(1987 플레이오프 4차전~1988 한국시리즈 3차전)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가을야구 최다 연승 기록은 '9'에서 멈추게 됐다.

▲선발 라인업

-KT: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조용호(우익수)-배정대(중견수)-박경수(2루수). 선발투수 고영표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31일 2차전과 동일한 타순을 구성했다. 플레이오프 7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알포드의 타순 조정 혹은 선발 라인업 배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규리그에서 주축 역할을 했던 야수들을 그대로 믿고 갔다.


선발투수는 고영표가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리그에서 28경기에 나와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로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퀄리티 스타트 21회를 기록하며 확실하게 1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이강철 감독은 "타자들이 방망이를 돌리는 걸 보면 (타격감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게임 초반 타선이 터졌으면 좋겠다. 불펜이 괜찮으니까 리드하고 가야 하는데 자꾸 초반에 실점을 하고 따라가는 모습이다. NC가 점수를 잘 지키다 보니 조금 급한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2패를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2차전에서 게임 후반 찬스가 왔다. 선발투수 벤자민을 빠르게 내리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손동현, 박영현을 붙여 추격했다"며 "(경기) 후반부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선발투수가 버텨주길 바라고 초반 득점이 중요하다. 그러면 NC도 쉽게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C: 손아섭(우익수)-박민우(2루수)-박건우(지명타자)-제이슨 마틴(중견수)-권희동(좌익수)-오영수(1루수)-서호철(3루수)-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 선발투수 태너 털리

강인권 NC 감독은 포스트시즌 돌입 후 라인업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던 것과 다르게 이날 3차전은 약간의 조정을 가미했다.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전념했던 리드오프 손아섭이 우익수 수비를 겸했다. 감기 몸살로 100% 컨디션이 아닌 박건우가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타자 마틴이 변함없이 4번타자 자리를 지켰고 권희동이 5번 타순에 배치된 것까지 앞선 경기들과 같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붙박이 6번타자였던 서호철은 7번으로 내려갔다. 오영수가 6번타자 겸 1루수로 타순이 앞당겨졌다. 오영수가 올 시즌 고영표 상대 6타수 3안타로 강했던 부분이 반영됐다.

강인권 감독은 "고영표가 우타자보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피안타율이 높다. 현재 컨디션도 서호철이 조금 내려가는 중인 것 같아 오영수를 6번으로 기용하게 됐다"며 "우리 타자들이 고영표의 공을 워낙 까다롭게 느끼고 타격감도 전체적으로 조금씩 꺾이고 있다. 3차전은 마틴이 페이스를 올려줘야 하고 마틴의 활약이 관건이다"라고 내다봤다.

선발투수 태너의 어깨도 무거웠다. 태너는 올 시즌 정규리그 후반기 NC에 합류한 이후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92로 제 몫을 해줬다. NC가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KT를 상대로는 1경기 6이닝 2실점으로 준수한 투구 내용을 보여줬지만 포스트시즌 부진은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사기 충분하다. 앞선 2번의 선발등판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했다.

▲'고영표 쾌투+배정대 홈런포' KT, 게임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KT는 1회초부터 NC에 강공을 퍼부었다. 선두타자 김상수가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곧바로 2번타자 황재균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무사 1·2루 찬스가 중심 타선 앞에 차려졌다. 

흔들리던 NC 선발투수 태너는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앤서니 알포드와 박병호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아웃 카운트 두 개를 늘렸다. 2사 1·2루에서는 장성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KT 선발투수 고영표도 1회말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NC가 자랑하는 테이블 세터 손아섭과 박민우를 삼진으로 잡고 기선을 제압했다. 박건우까지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고 삼자범퇴로 게임을 출발했다. 


KT는 1회초 무득점의 아쉬움을 2회초 털어냈다. 선두타자 문상철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조용호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1사 1루에서는 배정대가 해결사로 나섰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태너의 2구째 120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의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배정대는 지난 30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데 이어 3차전 2점 홈런으로 시리즈 2번째 손맛을 봤다. KT는 배정대의 선제 2점 홈런에 힘입어 플레이오프 시작 후 처음으로 경기 중 리드를 잡았다. 



고영표도 배정대의 홈런포에 호투로 화답했다. 2회말 수비에서 선두타자 제이슨 마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권희동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네스로 1루에 내보내기는 했지만 곧바로 오영수에 1루 땅볼, 서호철에 2루수 뜬공을 유도하면서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정 찾은 태너, 포스트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피칭...기대 이상 몫 해냈다

NC 태너는 2회초 배정대에 선제 2점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후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켜줬다. 3회초 1사 후 알포드에 볼넷을 내줬지만 4번타자 박병호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재치 있는 견제로 알포드를 잡고 주자를 지웠다. 박병호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고비를 넘겼다.

태너는 4회초에도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선두타자 장성우에 좌전 안타 출루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상철과 조용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날카로운 구위를 뽐냈다. 전 타석에서 피홈런을 내준 배정대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고 4회초를 마쳤다.



5회초는 깔끔한 삼자범퇴였다. 선두타자 박경수를 유격수 뜬공, 김상수를 좌익수 뜬공, 황재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스트시즌 돌입 후 처음으로 5이닝을 채웠다.

태너의 호투는 6회초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알포드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4번타자 박병호와의 승부에서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해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렸다. 장성우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완성했다.

▲NC 추격 잠재운 고영표 완벽투, 6이닝 무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NC는 태너의 호투 속에 언제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격차를 유지했다. 추가 실점 없이 버티면서 시리즈 스윕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불타올랐다.

하지만 KT 선발투수 고영표는 NC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3회말 2사 후 손아섭에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박민우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를 조기에 진화했다.

4회말에는 NC의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봉쇄했다. 선두타자 박건우를 3루수 땅볼, 4번타자 마틴을 2루수 땅볼, 권희동을 중견수 뜬공으로 차례로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가장 큰 위기였던 5회말에도 특유의 칼날 제구와 명품 체인지업이 빛났다. 선두타자 오영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했지만 서호철에 내야 땅볼을 유도, 1루 주자 오영수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면서 이닝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계속된 1사 1루 상황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김형준을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로 솎아내고 NC의 5회말 공격을 종료시켰다.

고영표는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주원이 3루수 키를 넘기는 빗맞은 안타로 출루하면서 게임 흐림이 다소 묘해졌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손아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박민우의 타석 때 1루 주자 김주원의 2루 도루 시도를 포수 장성우가 완벽한 송구로 저지하면서 주자가 사라졌다. 박민우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은 뒤 이닝 종료의 기쁨을 만끽했다.

▲문상철이 쏘아 올린 솔로포, 천금 같은 추가점 얻은 KT

KT는 2회초 배정대의 2점 홈런 이후 3회부터 6회까지 추가점을 얻지 못하며 불안한 2-0의 리드를 지켰다. 고영표의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앞서가기는 했지만 시리즈 2패로 몰려 있는 가운데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때 문상철이 해결사로 나섰다. 문상철은 7회초 NC 투수가 태너에서 김영규로 교체되자마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스코어를 3-0으로 만들었다.

문상철은 풀카운트에서 김영규의 6구째 130km짜리 바깥쪽 낮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그대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05m의 솔로 홈런으로 연결됐다. 



문상철은 이날 2회초 첫 타석과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연거푸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7회초 팀이 꼭 필요한 순간 침묵을 깼다. 지난 30일 1차전 솔로 홈런에 이어 이번 포스트시즌 2호 홈런을 기록했다.

반면 준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던 NC 좌완 영건 김영규는 이틀 휴식에도 구위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NC는 7회초 2사 1루에서 이재학으로 투수를 교체하고 게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학은 김상수를 삼진으로 막고 스코어가 더 크게 벌어지는 걸 막았다. 

▲철벽 위용 과시한 마법사 불펜, NC 저항을 잠재우다

KT는 7회부터 불펜을 가동해 리드를 지켜냈다. 7회말 수비 시작과 마운드에 오른 손동현은 마틴을 2루 땅볼, 권희동을 3루 땅볼, 오영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깔끔하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8회말에는 셋업맨 박영현이 투입됐다. 박영현은 선두타자 서호철을 중견수 뜬공, 김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좋은 컨디션을 뽐냈다. 김주원을 중전 안타로 1루에 내보냈지만 손아섭을 범타 처리하고 추격을 원천 봉쇄했다.


NC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재학이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최성영도 9회초 1이닝을 무실점으로 처리하면서 NC가 9회말 대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승부에 마침표 찍은 마법사 클로저, 김재윤의 깔끔한 마무리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KT는 올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선 마무리 김재윤이 NC의 마지막 저항을 잠재웠다. NC는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박민우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박건우는 김재윤과 끈질긴 승부 끝에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4번타자 마틴도 김재윤의 구위에 눌렸다. 김재윤은 마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낚고 이날 경기 KT의 26번째 아웃 카운트를 손에 넣었다. 

KT의 27번째 아웃 카운트도 곧바로 나왔다. 김재윤은 9회말 2사 1루에서 권희동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창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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