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지금이 바닥?…예금·ETF 사볼까
최근 일본 오사카로 여행 다녀온 40대 직장인 김은현 씨. 그는 8년 전 분위기랑 완전 비슷하다며 과거 원엔 환율을 찾아봤다. 딱 2015년 당시 환율이 800원대였다. 그때도 오사카는 연간 한국인 방문객 수가 1000만명을 넘어 당시 현지에서 1000만 방문객 대상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10월 말 들어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김 씨는 “8년 전 여행을 갈 것이 아니라 엔화를 잔뜩 사뒀어야 했다”며 “이번에야말로 다시 기회가 온 만큼 엔화 재테크에 도전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엔화 예금 환차익은 비과세
문제는 ‘어떻게?’다.
가장 쉬운 방법은 환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일반 투자자가 가장 쉽게 가입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 엔화 예금이다. 시중은행 어디서나 취급한다. 이자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지만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해볼 만하다. 100엔당 800원대 엔화로 예금 통장을 만들어놓으면 2~3년 후 10% 이상 엔화 가치가 뛰었을 때 환전하면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2015년 800원대였던 엔화는 2016년 한때 1130원대까지 뛰어올랐던 전례가 있다. 어차피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이런 접근도 가능하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 관점이다.
최한일 NH투자증권 압구정지점 PB어드바이저는 “현재 환차익은 100% 비과세로 쌀 때 매수하고 비쌀 때 팔면 세금이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단, 이자수익은 미미하며 환전(1.75%)과 인출(약1.5%)에 수수료도 부과되므로 이런 비용을 제하고도 1년 이상 기다려 최종 수익률 5% 이상을 올릴 생각이 있는 투자자라면 가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전문가들은 통화 선물, 일본 주식 직접 투자, 일본 상장 ETF 투자 등을 제시한다.
통화 선물 투자는 엔화 선물지수에 대해 직접 혹은 간접 투자가 가능하다. 이 중 일반인 입장에서는 간접 투자가 더 쉽다. 국내 상장된 ‘TIGER 일본엔선물 ETF’ 또는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엔화 ETN(레버리지, 인버스 등으로 발행돼 있으며 발행사 계좌가 아니어도 거래 가능)’ 등이 있다.
두 상품 가운데 개인 고객에게 친숙한 상품은 ‘TIGER 일본엔선물 ETF’다. 최근 순자산이 1100억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원화로 투자하기에 환전 수수료가 없고 주식처럼 매매도 가능하다. 다만 선물 ETF의 기초자산 구성을 위해 매월 롤오버(포지션을 최근 월물로부터 다음 월물로 이월하는 것)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된다는 점은 아쉬운 요소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가능성 있는 일본 주식이나 일본 증시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는 방법도 있다. 일단 시중 증권사 앱에서 해외 주식을 쉽게 살 수 있도록 인프라는 대부분 깔려 있어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그런데 뭘 사야 할까?
황선아 KB증권 더퍼스트 WM지점장은 “다이후쿠, 토소, 호야, 어드밴테스트, 르네사스 등 반도체, 로봇 관련 성장주와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미쓰이물산 등 배당 성향 높은 일본 상사 관련주가 인기”라고 소개했다.
특히 일본 5대 무역상사 주식은 올해 상반기 워런 버핏 회장이 지분을 6~7% 이상 대거 사들이면서 이미 상승세를 탄 상황. 버핏 회장은 올해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주식은 앞으로도 계속 지분율을 늘려나가겠다고 해서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황 지점장은 “비교적 변동성이 낮고 배당이 높은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면서 엔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직접 투자가 꺼려진다면 일본 증시에 상장된 ETF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자산가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미국 국채 가격이 바닥에 근접해 있다고 보고 일본 엔화 기반 미국 국채 추종 ETF(달러·엔 헤지 상품)를 사들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엔화가 저평가돼 있고 미국 채권 금리가 상단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이 완화되면 언제든 환차익과 높은 채권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저점 매수 기회로 삼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관련 종목으로는 ‘ISHARES 20+ US TR BD JPY HED(2621 JP Equity)’ ‘ISHARES CORE 7-10YR UST JPY HED ETF(1482 JP Equity)’ 등이 있다.
안전한 일본 은행에 투자하는 ETF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3대 대형은행의 비중이 70%, 지방은행 30% 비중으로 구성된 ‘Nomura NF TOPIX Bank ETF(1615.JP)’가 대표적이다. 최한일 어드바이저는 “일본은 글로벌 대비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대출 수요 증가에 따른 은행의 수익 상승 요인을 감안할 때 이 ETF가 적절한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주식 직접 투자 때 사전에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일단 일본 개별 주식은 100주 단위로 거래된다. 반면 ETF는 종목마다 다르지만 최소 주문 수량은 개별 주식보다 적다. 또 전일 종가에 따라 매매 호가 단위, 가격 제한폭이 다르게 적용된다. 따라서 거래하기 전 증권사 공지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일본 증시 거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로 한국과 다를 뿐 아니라, 점심 휴장 제도도 있다. 11시 30분부터 12시 5분까지는 신규, 정정, 취소 주문이 불가하고 12시 5~30분 주문은 동시 호가로 처리해 12시 30분 지나서 체결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기는 힘들고 그래도 엔화 상승 트렌드로 돈은 벌고 싶다고 하면 아예 전문가에게 맡겨버리는 방법도 있다. KB증권은 최근 재팬 온앤오프 UH 랩어카운트(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제휴)를 선보여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직접 주식 투자 시 양도소득세 따져봐야
엔화 재테크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은 수수료다.
엔화 예금의 경우 환전 수수료는 별도기 때문에 환차익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최종 수익률을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 여타 금융상품 역시 수수료는 꼭 챙겨봐야 한다.
권성정 하나은행 클럽원 PB부장은 “ETF 수수료는 증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직접 매매하는 경우 약 0.5%가량 부과되고 증권사 랩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 통상 0.7~1%의 선취 수수료가 있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금도 신경 써야 한다.
일본 개별 주식 혹은 ETF를 매도할 때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종합소득 미포함)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해외 상장 ETF에서 300만원의 수익이 났다고 치자. 여기서 250만원까지는 공제가 가능하다. 나머지 50만원에 한해 22%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물론 300만원을 따지는 방법도 좀 복잡하다. 환차익차손, 직접 투자 차익차손 등을 합산했을 때 최종 수익 금액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 부과 여부를 따진다.
양도소득 신고는 매도가 발생한 다음해 5월까지 신고해야 가산세 부과를 피할 수 있으며, 보통은 거래하는 증권사가 4월부터 안내하는 ‘해외 주식 양도소득 대행 신고 서비스’를 이용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황선아 지점장은 “일본 펀드는 매도할 때 종합소득세에 합산 과세가 될 수 있다”며 “IRP나 퇴직연금 DC형 보유자, 개인연금계좌에서 가입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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