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대통령,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법안 서명

조약 비준하지 않은 美와 동등하기 위해 진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에 채택된 법이 "핵무기 통제 약속의 동등성을 회복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공식 발표된 날부터 발효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발다이 토론 연설에서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며 CTBT 비준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실제 비준을 철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이를 위해 지난달 17∼18일 3차 독회(심의)를 거쳐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원도 이후 지난달 25일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승인, 빠르게 작업을 마쳤다.

CTBT는 1996년 9월 24일 유엔(UN) 총회에서 승인된 조약이다.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반면 미국은 1996년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았다.

미국뿐 아니라 이집트, 이스라엘 이란, 중국 역시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인도와 북한, 파키스탄은 아예 서명도 안 한 상태다.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44개국 중 8개국이 조약에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러시아는 CTBT 비준을 철회하더라도 먼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 역시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다.

한편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핵 군비 축소(군축) 회담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달 말 예정된 정상회담에 앞서 6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핵 관련국인 러시아와 핵 군축 협정을 체결한 상태지만 중국과는 관련 협정을 맺은 적 없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