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정부 완성은 대통령 임기 상관없이 유지돼야”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부 행정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이끄는 정부조직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위원회)다. 지난해 7월 장관급 조직으로 출범한 위원회는 고진 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들과 160여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121개 핵심 과제를 도출해 현실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위원회는 출범 2년 차에 들어서면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국민 일상에 뿌리내리기 위한 현장 행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 이달 23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행정안전부와 합을 맞춰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를 개최한다. 고 위원장을 1일 만나 위원회의 그간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고 위원장은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정보통신(IT) 전문가로 위원회 전신 격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했었다.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실현하는 과정 중 가장 어렵고 중점을 둔 부분은.
“‘부처 칸막이’를 해소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과거 정부가 ‘전자정부’를 잘 구축했지만, 업무 분업화 논리에 따라 정부 운영방식이 굳어졌다는 한계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위원회 운영에 핵심 과제로 추진할 것이다. 국민들도 정부가 내 데이터를 모아서 나쁘게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걷었으면 한다. 정부가 빅브라더가 아니라 빅헬퍼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민간영역에서 정부의 영역 침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축하는 과정 중 이미 민간 기업이 내놓았던 서비스를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경쟁 논리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모바일 신분증은 보안이 매우 중요하다. 신분증은 금융, 부동산 거래 등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안전하게 발급되어야 하고, 관리 역시 엄격해야 한다. 그러므로 민간이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되 국민에게 친숙한 민간플랫폼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국민 선택권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쟁원리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동등한 경쟁 환경에서 서비스를 내놓고, 은행 등의 수요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겠다.
-위원회는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민간 기업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자정부 안에 누적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행정에 활용하겠다는 목표인데, 이때 민간의 초거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의 초거대 AI를 공공부문에 잘 활용하면 정책 수립 과정의 분석이나 정부 문서 작성 등 행정업무가 보다 효율적이게 될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사람의 섬세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정부 서비스의 품질도 좋아질 것이다. 정부가 별도의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은 장기적인 과제다.
“중요한 말이다. 대통령 한 사람 임기 중에 정부의 디지털화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 모두가 일하는 방식까지 바뀌려면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플랫폼정부 완성을 위해선 대통령 임기와 관계없이 위원회가 유지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해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이 장기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쟁의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는 어떤 행사인가.
“디지털플랫폼정부 기반의 혁신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국가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 정부혁신사례를 소개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직접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체감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는 편리한 서비스, 똑똑한 정부, 안전한 사회 등 총 3가지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예를 들어 초거대 AI가 접목된 GPT 기반의 AI 어시스턴트를 전시한다. 이 AI 어시스턴트는 전국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할 예정이다. 수기로 작성되던 난임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AI로 시술별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난임케어’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논란이 여전하다. 전문가로서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혁신해야 할 부분은 분명 있다. 과학기술인들이 관성을 따르다보니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 R&D예산에만 매달리는 좀비기업도 있다. 이럴 땐 외부 충격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 다만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쳤는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등을 사후적으로 따져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져야 한다.”
-‘고건 전 총리 아들 고진’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넌 아직도 아버지 이름으로 불리냐’고 친구들이 놀린다. 그런데 밖에서 생각하는 만큼 도움은 안됐다(웃음). 예전 사업할 때는 뒷돈도 줘야하고 했는데 저한텐 그런 일이 없었다. 아버지와 저랑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데 어쩔 수 없지 않나. 지금은 불편한 거 없다.”
-내년 총선에 나갈 의향은 없나.
“전혀 없다. 정치는 안하기로 했다. 저희집 어르신(고건 전 총리 등)들은 1번만 하셨다. 한번 하고 아닌것 같다고 하더라.”
정리=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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