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아 새로운 세계로 떠난 경계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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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에 붙어 조류에 휩쓸리는 단 하나의 조개였다. 고립되었다가 물에 잠겼다가 거친 파도에 두들겨 맞았다가를 번갈아 겪다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것이다. 상관없었다. 나는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았다."
20대 청년 틸러 바드먼이 말했다.
자신의 세계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바드먼은 우연히 만난 사업가이자 화학자 퐁에게 이끌려 모든 것을 등지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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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700쪽, 2만2000원
“나는 바다에 붙어 조류에 휩쓸리는 단 하나의 조개였다. 고립되었다가 물에 잠겼다가 거친 파도에 두들겨 맞았다가를 번갈아 겪다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것이다. 상관없었다. 나는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았다.”
20대 청년 틸러 바드먼이 말했다. 바드먼은 한국인의 피가 아주 조금 섞였지만 백인과 거의 구분되지 않고, 아버지는 대기업 관리직이다. 자산가가 많은 대학도시에서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왔음에도 그는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은 경험 때문에 자신이 속한 곳에 완전히 뿌리 내리지는 못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 이창래가 여섯 번째 장편소설 ‘타국에서의 일 년’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2014년 ‘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후 9년 만에 출간되는 신작이다.
밀리언셀러 ‘파친코’를 쓴 이민진과 더불어 1.5세대 한인문학을 이끄는 작가이자 현대 영미 문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이창래는 스스로 어디에도 완벽히 속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 세상과 부딪쳐 왔다.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깊고 섬세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문체는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민자들의 마음을 그린 전작들과 달리 이번 소설은 자아를 찾아 새로운 세계로 걸어나가는 MZ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자신의 세계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바드먼은 우연히 만난 사업가이자 화학자 퐁에게 이끌려 모든 것을 등지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강단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교감해 온 작가가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 편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젊음이 가져다주는 고뇌와 혼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가 담겨있어서다.
‘지금 여기’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 작가는 인생을 바꾼 운명적인 만남과 타국에서 보낸 시간, 동서양을 종횡무진하는 장대한 서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도무지 정착할 수 없는 뭔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한 번쯤 떠나고 싶은 갈망을 가져 본 독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작가 김연수는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며 “이 소설에서 이창래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 온 모든 규칙을 무너뜨리는 듯하다. 이창래는 이창래를 다시 썼다”고 평했다.
저자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예일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오리건대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가 되기 전 월스트리트의 주식 분석가로 일했다. 2016년부터 스탠퍼드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1995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으로 펜 헤밍웨이 문학상 등 미국 주요 문학상 6개를 수상했다.
1999년 위안부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집필한 ‘척하는 삶’으로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 선정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20인’에 뽑혔다. 201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쓴 ‘생존자’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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