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한양, 2.2조 광주 민간공원특례사업 놓고 ‘충돌’

김원 2023. 11. 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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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중앙공원 1지구 조감도. 광주광역시


총 사업비가 2조2200억원인 광주광역시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두고 대형건설사인 한양과 롯데건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업 시행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빛고을중앙공원개발)의 최대주주 지위에 대해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 간 보기 드문 지분 다툼이 벌어지면서 대형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롯데건설은 “광주 최대 민간공원을 조성하는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 SPC의 최대주주(49% 확보)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양은 “지난달 16일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의 최대주주는 한양이라고 법원의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이 최대주주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한 ‘금융사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장 320개 크기...2조2000억원 대형 사업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민간자본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계획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고 나머지를 아파트로 짓는 사업이다.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은 광주 서구 금호·화정·풍암동 일대 축구장 320개 크기인 243만5027㎡에 공원과 비공원시설을 짓는데,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 동, 2772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이 사업 시행을 위해 2018년 설립한 SPC는 초기 자본을 조달한 한양이 지분 30%로 최대주주가 됐고,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한양과 우빈산업이 입장을 달리하며 ‘한양파’와 ‘비한양파’간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우빈산업은 분양가 산정을 놓고 한양과 이견을 보였다. 한양은 평당 1600만원에 선분양을 원했지만 우빈산업은 1900만원에 후분양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겠다고 나섰고, 우빈산업은 자사 지분(25%)에 케이앤지스틸 지분(24%)을 더해 49%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SPC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가 된 우빈산업은 한양 측 SPC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또 당초 한양에게 시공권을 주기로 하고 컨소시엄 구성했는데, 2020년 말 SPC 주주총회에서 이를 파기했고, 이듬해 8월 시공권을 롯데건설에 넘겼다. 이에 한양은 소송으로 맞섰다.

지난달 이 사업과 관련한 두 건의 민사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13일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과 SPC를 상대로 낸 ‘주주권 확인’ 소송에서 광주지방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케이앤지스틸이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 지위에 있음이 명백하다”며 “법률상·계약상 무권리자인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주주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한양이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광주지방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한양에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양은 SPC을 설립과정에서 우빈산업에 출자금 49억원을 대여하면서 주주간 협약의 성격을 갖는 특별약정을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한양의 비공원시설 시공권 전부의 확보를 위한 의결권 행사’ 항목이 있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시공사를 롯데건설로 선정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된 것이다. 이에 한양은 55%의 지분을 확보해 SPC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고의 부도로 지분 탈취” VS "기한이익상실 해결"

하지만 롯데건설은 한양이 낸 소송의 판결 전인 지난달 14일 “지급보증하고 있던 채무를 변제하고, 소유권 분쟁 대상 주식(49%)에 대해 담보권을 실행해 SPC의 최대주주가 됐다”고 반박했다. 롯데건설이 우빈산업의 지분을 판결 전 인수했기 때문에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건설 측은 “주식인수는 사업이 더욱 안정되어 속도감 있게 착공과 분양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취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양의 입장은 달랐다. 소송에서 패소를 예상한 우빈산업을 비롯해 롯데건설, 허브자산운용(대표주간사)이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9950억원을 확보해 브릿지대출 7100억원을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는데도, 케이앤지스틸에 대한 소송 판결이 난 지난달 13일 100억원의 고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이후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케이앤지스틸도 “롯데건설이 SPC 고의 부도로 지분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한양은 “이른 시일 내 관계기관에 형사고발 등 법적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지급보증까지 하면서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분 인수는 SPC 기한이익상실 해결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SPC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 역시 “이사회를 소집해 롯데건설의 담보권 실행에 따른 주주변경을 승인했다”며 “한양과 우빈산업 간의 소송은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로 SPC와 사업 추진에 아무런 영향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사업은 광주시 노른자 위에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주택수요자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현재 광주시로부터 주택사업계획을 승인받고 감리자 지정까지 마치며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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