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구도 반한 화순 고인돌 마을, 이유 알겠네요
[이돈삼 기자]
▲ 하얀 꽃물결을 이루고 있는 구절초 군락. 산골의 고인돌과 어우러져 더 정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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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산과 들에 예쁘게 피었다.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는 물결을 이뤄 한들거린다.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는 은은한 향기를 선사한다. 해바라기는 노랗게, 구절초는 하얗게 산자락에 흐드러졌다.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이 산골의 고인돌과 어우러져 더 정겹다.
▲ 고인돌 유적지의 해바라기 꽃밭. 고흐의 그림 속에 나오는 꽃밭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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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꽃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산마을 앞동산 풍경. 가을꽃축제의 일환으로 조성된 꽃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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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까지 가을꽃 축제가 펼쳐지는 전라남도 화순의 고인돌 유적지다(홈페이지 바로가기). 청동기 시대의 무덤인 고인돌은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모산마을에서 춘양면 대신리 지동마을까지 4㎞ 구간에 흩어져 있다. 모두 596기에 이른다.
형태도 가지가지, 무게도 수십 톤에서 수백 톤까지 다양하다. 가장 큰 덮개돌이 폭 7m, 높이 4m에 이른다. 무게가 자그마치 28만㎏이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로 알려져 있다. 이름도 '핑매바위'로 붙여져 있다.
▲ 화순 고인돌 유적지에서 가운데 가장 큰 핑매바위. 무게가 자그마치 28만㎏이나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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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도 다 잘 돼 있다. 덮개돌을 떼어 낸 채석장도 여러 군데에 있다. 돌을 떼어내고, 떼어내려 한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화순 고인돌 유적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화순 고인돌 유적은 1998년 사적지로 지정됐다. 2000년 12월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화순 고인돌 유적지 풍경. 고인돌이 도곡면 모산마을에서 춘양면 지동마을까지 4㎞ 구간에 흩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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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산마을에 있는 세계 거석 테마파크. 모아이 석상 등 거석 조형물과 스톤헨지 등이 들어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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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유적지를 품은 화순 모산마을이 유엔 세계관광기구의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지난 10월 18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25차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다. 제3회 최우수 관광마을 공모전에는 세계 60개 나라에서 260개 마을이 참여했다.
모산마을은 풍부한 문화·자연 자원을 높게 평가받았다. 문화자원의 홍보와 보존, 사회·환경적 지속성, 인프라와 교통 편의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효산2리에 속하는 모산마을에는 주민 110여 명이 살고 있다.
▲ 모산마을 정자와 느티나무. 마을주민들은 해마다 백중날에 당산제를 지내며 한해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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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산마을회관 앞에 있는 홍남순 생가. 홍남순 변호사는 지금도 마을주민의 자랑이고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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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홍남순(1912~2006)도 마을의 자랑이다. 모산마을에서 태어난 홍남순은 판사와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1970년대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1980년 5월엔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에 맞선 시민대표의 '죽음의 행진'에도 함께했다. 홍남순은 서슬 퍼런 신군부의 협박과 고문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군사법정에서도 계엄군을 꾸짖으며 광주항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홍남순은 시국사건으로 구속된 양심수를 무료 변론하며 인권변호사로 큰 자취를 남겼다. 1973년 전남대학생 박석무와 김남주 등이 유신독재 비판 유인물을 뿌리다가 구속된 '함성지' 사건, 1976년 명동성당에서 열린 기념미사를 빌미로 재야인사를 구속시킨 '3·1구국선언'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 홍남순 변호사의 동상. 생가 앞마당에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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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산마을회관 앞에 있는 홍남순 생가. 홍남순은 양심수를 무료 변론하며 인권변호사로 큰 자취를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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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마을회관 앞에는 홍남순 생가가 복원돼 있다. 그의 동상과 함께 '時窮節乃見'(시궁절내견) 현판이 눈길을 끈다. 궁할 때, 그 사람의 절제된 삶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남송시대 시인 문천상의 '정기가'에 나온 구절로, 홍남순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글귀다.
'못 살더라도 항상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죽음에 이를 때에도 아무런 부끄럼이 없이, 역사 앞에 발을 뻗을 수 있다.'
'불의에 항거하고 올바르게 산 청년들이 무슨 죄가 있냐. 다 석방해야 한다. 나는 법조인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 모산마을 풍경.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유엔세계관광기구의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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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산마을의 한옥 풍경. 모산마을은 유엔세계관광기구의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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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마을과 인근 지역은 2014년 국가지질공원, 2018년엔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광주와 담양·화순에 걸쳐있는 무등산은 중생대 백악기에 세 번의 화산폭발로 생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은 총면적 1051㎢에 20개소의 지질명소, 4개의 예비 지질명소, 42개의 역사문화 명소를 품고 있다.
모산마을 주민들은 도랑 살리기 프로젝트도 추진, 마을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울력을 통해 하천도 정비한다. 하천에선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됐다.
마을 뒤 묘산 기슭에 자리한 삼지재(三芝齋)의 역사도 깊다. 제주양씨 문중의 옛 서당인 삼지재는 학포 양팽손(1488~1545) 등이 학문을 배우고 익힌 곳이다. 마을사람들은 삼지재가 자리한 골짜기를 '서당골'이라 부른다. 삼지재는 '월곡의숙'을 거쳐 지금의 도곡중앙초등학교로 이어진다.
▲ 모산마을에서 만나는 담장벽화. 고인돌과 홍남순을 주제로 그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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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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