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로 금연하세요" 이말 맞나? 분석 논문의 결론 나왔다
담배를 끊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와 같은 신종 담배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전문가가 내린 결론은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였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 근거 부족”
질병관리청이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2023 담배 폐해 국제 심포지엄’에서 임민경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가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임 교수는 ‘전자담배 의존과 금연’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 봤을 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이 금연 성공을 향상한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임상시험 연구에서 제시된 금연 성공 향상 효과는 관찰 연구에선 확인되지 않았다”라면서다. 임 교수는 국외 연구 문헌 17개 등을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일상을 지켜보는 관찰 연구에서 금연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며 “규제 정책을 위해선 사회 환경이나 제품에 대한 사용자 행태, 인식 수준을 고려한 관찰 연구에 대한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게 연구자 개인 소견”이라고 말했다. 실험실 연구보다는 직접 관찰 연구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또 “궐련형 전자담배도 금연 효과성에 대한 입증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와 금연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 신종담배는 ‘위험 감소’ ‘무연’ 등과 같은 키워드와 함께 덜 유해하다는 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김진영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업체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가열 담배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연 도구로 적합하다는 마케팅 메시지 때문에 (대중이) 담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면서 담배 사용 행태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흡연으로 한해 6만명 사망
이날 행사에서는 신종 담배의 일종인 가향 담배에 대한 위험성도 거론됐다. 특정한 맛과 향이 더해진 가향 담배는 최근 청소년이나 젊은 층, 여성 사이에서 흡연을 시작하게 하는 입문용 제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우려다.
질병청이 지난해 5∼6월 13∼39세 1만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 5243명 가운데 가향 담배 사용자는 77.2%인 4045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64.8%)보다 12.4%P 늘어난 수치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가향 담배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 가향 담배 사용률은 13∼18세 85.0%, 19∼24세 80.1%, 25∼39세 74.5%였다. 가향 담배가 흡연 시작에 영향을 줬다는 응답자는 67.6%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32.4%)보다 2배 넘게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을 때 흡연자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비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을 때보다 1.4배 높았다.
흡연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2020년 기준)는 6만213명으로 집계됐다. 매일 165명 정도가 담배 때문에 숨지는 셈이다. 이 가운데 남성 사망자는 5만3903명으로 89%를 차지했다. 여성 사망자는 6283명이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2조8912억 원으로 추산됐다. 직·간접 비용을 따졌을 때 각각 4조9225억 원, 7조9687억 원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최근 다양한 형태의 신종 담배가 출시되면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궐련과 신종 담배를 다중 사용하는 등 흡연자 행태가 달라지고 있어 새로운 건강 위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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