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노릇""갑질" 尹 작심비판에…공포의 '은행 횡재세' 뜬다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은행에 대한 강한 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후속 대책을 놓고 금융당국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초과 이익을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는 ‘횡재세’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통령 발언 엄중”…더 센 카드 나오나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은행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자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주도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은행 비판 수위는 줄지 않았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30조9366억원)이 처음 30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를 또 경신하면서, 이전보다 더 센 대책을 주문하는 압박이 커졌다.
야당 발의 횡재세까지 검토
횡재세란 특정 산업군에 과도한 이익 발생할 때, 세금으로 이를 환수하는 제도다. 법으로 적정 이익 수준을 미리 설정해 두고, 이를 넘으면 세금을 더 걷는 방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값이 많이 치솟은 유럽에서는 에너지 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횡재세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과 헝가리 등에서는 은행까지 횡재세 부과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가 1년간 은행의 순이자수입의 40%를 횡제세로 부과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중과세 우려 커
횡재세를 부과하면 부족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유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때문에, 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횡재세가 사실상 가격 상한제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행의 효율적 경영을 막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실제 이탈리아는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힌 것만으로도 은행주가 폭락하자 유럽중앙은행(ECB)까지 나서 철회 권고를 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횡재세 상한을 논의하는 등 법안 수정에 나섰다.
법적인 문제도 복잡하다. 이미 법인세를 내는 은행에 추가로 횡재세까지 지울 경우 이중과세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과세의 기준이 되는 은행의 적정 이익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할지도 까다로운 문제다. 세법 측면에서 횡재세는 이미 세금을 납부했던 지난 영업실적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것이기 때문에 소급입법이 될 수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에 물린 횡재세가 언제든 다른 기업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은행도 이익이 제한되면 더 혁신하려는 노력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자발적 재원 마련이 현실적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법을 개정하는 횡재세 보다는 은행에 일시적으로 재원을 출자받아 서민금융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연말쯤 서민금융지원 강화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가가 오르자, 정유사들이 특별기금을 조성해 에너지 취약계층에 환원했던 사례가 있다.
다만, 총선 앞두고 대통령까지 나서 보다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은행권 초과이익 문제가 횡재세 논의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금감원장 “수신경쟁 대출금리 상승 막아야”
한편, 대통령 은행권 비판 발언 다음 날인 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가지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이나 가계 원리금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금융권 수신 경쟁 관련한 지표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고금리 예금 재유치를 위해 금융권의 수신 경쟁이 심화해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권 전반의 수신금리 추이 및 자산 흐름 동향, 자산 증가율 등 과당경쟁 관련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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