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네타냐후 처치 곤란? 美매체 "바이든, 후임까지 거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허용해 책임론에 직면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후임 문제를 거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미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보좌진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이 같은 분위기를 지난달 이스라엘에 방문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고위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리를 물려받을 후임자와 나눌 교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장기전이 될 하마스와의 전쟁이 지속하는 동안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암묵적인 제안이 담긴 발언이라고 폴리티코는 풀이했다.
백악관과 이스라엘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의 미래에 대해) 대통령이 논의한 적이 없으며 논의되고 있지도 않다"면서 "우리의 초점은 당면한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당국자는 성명을 내고 "최근 몇 주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에 이뤄진 대화에서 기사에 보도된 내부 정치적 시나리오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는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약 80%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책임을 인정하라고 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선 전시 통합 정부에 합류한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 수장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이 총리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48%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28%에 그쳤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지난달 말 사설에 "네타냐후는 총리직을 수행하기엔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전쟁을 성전(聖戰)처럼 묘사하며 강경한 대응을 강조하면서 중동·아랍권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강조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시큰둥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의 평생 업적은 두 국가 해법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하게 나가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곤란한 처지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FT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목줄을 잡혔다'고 표현했다. 아랍계 미국인의 지지율이 42%포인트(59%→17%) 급락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하면 재선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입지가 좁아진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하마스와의 전쟁과 연계해 어느 순간 분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을 길지 않을 거란 시각이 미국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미정부 내부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몇 개월 내에 물러나거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초기 공세가 끝날 때까지만 재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권력의 화신'으로 불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 전시 내각이 꾸려지면서 전쟁과 무관한 입법은 처리하지 못해 새로운 총리 선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임 여부에 대한 질문은 일축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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