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준금리 동결, 비둘기 날렸지만…파월 "인하는 고려 안 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지난 9월에 이어 또 동결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세에 있는 데다가 최근 미 장기국채 금리 급등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는 판단이 깔렸다.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Fed는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5.25~5.5%)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참석 위원 만장일치 결정이다. FOMC는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위원회는 최대의 고용과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2% 목표를 추구한다"며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시장이 예상한 바에 부합한다.
미국은 높아진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을 시작한 이후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결과로 한국(연 3.5%)과의 금리 차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긴축된 금융 및 신용 여건(financial and credit conditions)"이 경제주체의 활동을 제약한다고 짚었다. "금융 여건"은 지난번 정책결정문에 없었던 표현이다. 미 장기국채 급등에 따른 긴축적인 금융 여건이 추가 긴축을 대체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올여름부터 금융 여건 긴축에 기여한 국채 금리 상승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금리 향방을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FOMC는 향후 회의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회의마다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연내 한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던 지난 9월 점도표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점도표의 효과는 9월과 12월 회의 사이에 아마 감쇠할 것"이라며 "점도표는 특정 시점의 예측"이라고 했다. 9월 FOMC에서 나온 점도표는 올해 최종 금리를 5.5~5.75%로 전망했다.
시장은 이번 회의 결과를 '비둘기파적 전환'(dovish pivot)으로 받아들였다. 당초 '매파적 동결'(Hawkish Pause)을 예상했던 것보다도 '덜 매파적'이었다는 의미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Fed는 기본적으로 더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은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이 끝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7%)와 S&P500(1.05%), 나스닥지수(1.64%)가 전장보다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73%를 기록해 2주 만에 4.75%를 밑돌았다.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사실상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에 더해, 이날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 속도를 조절키로 한 영향이다.
하지만 Fed의 '금리 인상 카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현재 금융여건이 충분히 제약적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금리 인하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를 한두 번 동결한다고 해서 다시 인상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고도 했다.
미 경제가 올 3분기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고,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목표(2%)를 웃돈다는 점에서다. 이날 정책결정문도 미 경제가 기존 '견고한(solid) 속도'에서 '강한(strong)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자리 증가세에 대해서는 '둔화했다(slowed)'에서 '완화됐다(moderated)'로 수정했다. "경제상황 및 고용에 대한 평가를 상항 조정"(한국은행 뉴욕사무소)한 것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인플레이션이 상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루벨라 파루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승리를 선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Fed가 정말로 다시 금리 인상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금리를 12월에도 동결하면 내년 초에 한 번 이상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아인, 대마 피다 유튜버에 걸리자…"쟤도 줘" 공범 만들었다 | 중앙일보
- 층간소음 쪽지 붙였다가 스토킹범?…'법알못'의 필수 꿀팁 | 중앙일보
- 이선균 갔던 룸살롱 20대 종업원 조사…재벌3세와 연결고리 | 중앙일보
- “1년 전 그 냄새 또 납니다” 어느 원룸촌의 연쇄 고독사 | 중앙일보
- '금오도 사망' 남편, 12억 받는다… "우연 배제 못해" 대법 확정 | 중앙일보
- "파리 '19금' 쇼 출연 탓?"…블랙핑크 리사 중국 웨이보 계정 결국 | 중앙일보
- 가세연 "이선균 간 업소, 다 OO여대생"…해당 여대 "법적 대응" | 중앙일보
- "바지에 폰 넣지 말라"…유럽 연구진이 지목한 '정자 감소' 범인 | 중앙일보
- "240만원 콘서트 아깝지 않다" 아이돌 밀어낸 임영웅 뒤 그들 | 중앙일보
- 전청조 "남현희 터질 의혹 많은데…나 혼자선 이기기 어렵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