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터쇼 지배한 키워드는...‘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BYD 약진

김수민 2023. 11.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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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폐막하는 재팬 모빌리티쇼와 지난 9월 열린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쇼(IAA)’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과 중국 비야디(BYD)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전동화가 모빌리티 업계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는 것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기세가 매섭다는 얘기다.


‘전기차 지각생’ 일본도 SDV 향해 달린다


사토 고지 도요타 사장이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5일, 세계 자동차 1위 토요타 사토 고지 사장이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2023 재팬모빌리티쇼’에서 강조한 화두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었다. 사토 사장은 “당신이 원하는, 당신만의 차를 만드는 것이 차세대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의 미래”라고 밝혔다. 자동차의 핵심 기능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현되는 세상이 조만간 올 것이란 예측인 셈이다.

지난해 전기차 개발을 공식화한 토요타는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리지만 SDV 개발 속도는 늦추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인 우븐플래닛홀딩스를 만들고 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아린’을 오는 2025년 실용화를 목표로 독자 개발해왔다. 사토 사장은 “아린은 항상 최신의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차량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다”고 강조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차 안에서 쇼핑하거나, 주차 후 에너지 그리드 모드로 전력을 공유하는 게 ‘아린’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뜻이다.

‘모빌리티의 연결을 경험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IAA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밝힌 화두 역시 SDV였다. “국가별로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표적이다. 벤츠는 한국에선 T맵 기반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구현하고, 유럽·북미 등에서는 구글맵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제공하는 식으로 미래 SDV 구상을 보다 구체화했다. BMW는 차량·멀티미디어·내비게이션 등 BMW의 시스템 대부분을 제어하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아이 드라이브(I Drive)를 공개했다. BMW 테판 듀라크 개발 기술 운영 수석 부사장은 “아이 드라이브는 사람과 자동차가 상호 작용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했다.

김영옥 기자

‘스고이’…전기차 우등생’ BYD는 쾌속 질주


굵직굵직한 모터쇼에서 이목이 집중된 건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였다. IAA에서 벤츠의 2배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꾸린 BYD는 47회를 맞은 재팬 모빌리티쇼에는 사상 최초로 ‘중국 자동차 업체 참가라’는 기록을 새로 썼다. 심지어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도요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이 콘셉트카를 전시한 반면 BYD만 유일하게 실제 양산 중인 차를 주로 전시했다. 올해 일본에서 출시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와 전기 해치백 돌핀을 부스에 전시했다. 발표회에선 곧 일본에 내놓을 전기 세단 씰을 공개했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IAA를 두고 “중국 기업에 비해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온 독일의 전통 제조사들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적었는데 재팬 모빌리티쇼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이어진 것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자동차 제조의 혁신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오고 있다”며 “믿을 수 없는 속도를 따라가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팬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BYD의 전기세단 씰. 연합뉴스


자동차‧전자업계 융합도 가속화


전기차·레벨3 자율주행차 등의 보급은 물론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AA 모빌리티 2023에 참가한 것도 달라진 변화다. 특히 삼성전자가 IAA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국제모터쇼가 지역모터쇼로 위상이 떨어졌다는 평가 역시 공존한다. IAA와 재팬 모빌리티쇼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쇼로 꼽히는 북미 국제 오토쇼(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전기차 체험 공간(EV Experience)’등을 통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자 노력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참가 기업이 제너럴모터스(GM)와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만 치중된 탓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올해 대부분의 모터쇼에 불참했다. 모터쇼 참석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어서라는 해석이다. 대신 현대차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참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CES에 정의선 회장까지 참석해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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