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하는거 아니냐"…의자 없애려는 지하철에 쏟아진 불만

김민욱 2023. 11. 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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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 1월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 4·7호선 열차 2칸을 대상으로 객실 의자를 없애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전동차 객실 의자 개량 후 사진. 연합뉴스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일부 객차 안의 의자를 없애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의자를 없애면 승객이 더 불편을 겪을 것이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일 서울교통공사(서교공)에 따르면 공사는 내년 1월부터 일부 전동차 객실 안 의자를 없애고 운행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4·7호선 각 한 편성 가운데 2개 칸에서 일반석 의자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이런 객차 운행 방식은 외국 지하철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잡도 낮출 방안이라고 하지만


서교공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밑에 운행 관련 주요 부품이 적은 전동차를 시범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4호선과 7호선은 각각 올해 3분기 기준 최고 혼잡도가 193.4%, 164.2%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혼잡도 100%는 전동차 1량에 160명이 탄 상태를 말한다. 54개 좌석이 꽉 차고 통로·출입문 쪽에 106명이 서 있는 상태다. 혼잡도 150%면 승객 240명이 몸과 얼굴이 서로 부딪칠 수 있다.
서교공은 일반석 의자를 모두 없애면, 객차당 42명이 추가로 탈 수 있는 12.6㎡가량 공간이 생긴다고 한다. 이에 따른 혼잡도는 34.1∼40% 포인트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는게 서교공 설명이다. 현재 5·7호선 일부 객차가 자전거 이용객을 위해 좌석없이 운행중이다. 이 객차를 편성한 열차가 출퇴근 시간대도 운행 중인데 아직 특별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혼잡한 김포골드라인 모습. 뉴스1


"설국열차냐" 비판도


하지만 서교공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우려를 쏟아냈다.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은 ‘의자 덕분에 그나마 숨 쉴 공간 있었는데 더 빽빽해질 것’ ‘몸 불편한 사람도 그냥 서서 가란 뜻인가’ 등 반대 의견을 보였다. 극단적으로 가상의 계급사회에서 밀린 국민이 특정 객차 꼬리칸에 탑승한 영화 ‘설국열차’란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교공은 의자를 없앤 공간 만큼 객차 안에 더 태우는 게 아니라고 해명한다. 서교공 관계자는 “기존 전동차에 100명이 탄다고 가정하면, 의자를 치운 공간만큼 승객을 더 태우는 게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승차 인원을 제한하기 위해 승강장에서 탑승인원을 제한하거나 입석 승객을 위해 객차 안에 손잡이도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노약자나 임신부 등을 위한 교통약자 배려석은 그대로 둔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하철역 승강장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모델을 개발했다. 이번 분석모델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심각한 ‘김포 골드라인’에 우선 적용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모델은 AI가 산출한 지하철 승강장 혼잡도를 파악하는게 핵심이다. 혼잡도 수준을 1단계(보통)~4단계(심각) 4단계로 표출한다. 지하철 승·하차를 위한 교통카드 사용량, 지하철 운송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AI가 산출한 면적당 기준 인원이 4.3명일 때 혼잡률은 139.5%로 측정, 2단계인 ‘주의’ 단계가 발령된다. 이럴 때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혼잡도가 높은 특정지점에 인력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올해 안에 시범운영을 거쳐 지하철역 승강장 혼잡도 산출 모델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전국 4개 도시(부산·대구·광주·대전) 지하철역에 보급한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지하철 인파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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