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에 탄도미사일도 보낸 듯…軍 "사나흘마다 선박 오갔다"
북한이 포탄과 탄약뿐 아니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까지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을 가능성을 군 당국이 제기했다. 군 당국이 북한제 무기 수출과 관련해 종류와 수량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무기 공급의 대가로 핵 및 위성 기술을 이전받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군 당국이 민감한 정보 사안까지 세세하게 공개한 건 북·러 사이 무기 커넥션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압박성 메시지로 읽힌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SRBM이 러시아로 수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정보 출처가 노출될 수 있어 근거를 상세히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출처에 의해 이 같은 정황이 있는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초대형방사포 KN-25 등 신형 전술무기 ‘3종 세트’가 선박은 물론 철도나 항공기 등을 통해 운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2022년 중순부터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9월 12~17일 방러를 앞두고 8월부터 해상을 이용한 무기 거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방러 이후 더욱 본격화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 8∼9월 주1회 북러간 선박이 운항하는 정황이 식별됐다면 10월 이후로는 3∼4일 간격으로 서너 척이 오갈 정도로 운항 주기가 단축됐다”며 “북한 컨테이너가 식별되는 장소는 전방과 나진, 평양 인근 등 북한 내륙을 포함한 전 지역”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하는 무기·장비로 ▶상호 호환이 가능한 122㎜ 방사포탄·152㎜ 포탄 등과 T 계열 전차 포탄 ▶방사포·야포·소총·기관총·박격포 ▶휴대용 대공미사일·대전차미사일 등을 꼽았다.
특히 추정치이긴 하지만 수출 규모도 산출됐다. 북한이 현재까지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는 길이 6m, 폭 2.5m 크기로 모두 2000여 개로 추산된다. 이들 컨테이너를 122㎜ 방사포탄으로 채운다면 20만 발 이상, 152㎜ 포탄으로 채운다면 100만 발 이상이 운반될 수 있다. 만약 소총탄이 실렸다면 컨테이너 1개에만 40만 발이 넘게 담긴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다수 적재한 선박이 러시아 두나이항까지 이동한 장면을 지난 9월 인공위성 영상으로 포착해 공개했다. 같은 달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이전에 이미 양측 간 군사협력 관련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방증이라고 군은 평가한다.
실제 전쟁이 장기화하며 포탄과 미사일 등 군수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손을 내미는 정황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포착됐다. 백악관은 지난해 말 열차 통행량 증가 등을 근거로 북한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기밀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 섣부른 행동을 제어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반대급부로 ▶위성기술 지원 ▶핵 관련 기술이전 및 협력 ▶전투기 또는 관련 부품 지원 ▶방공시스템 지원 ▶노획한 서방 무기 및 장비 등을 꼽았다. 러시아로 북한 노동자를 수출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정황도 첩보 수준에서 파악됐다. 해외 노동자 파견은 북한이 애용해온 전형적인 외화벌이 통로다. 군 관계자는 “올겨울을 나기 위해 식량과 유류 등을 우선 지원받고 향후 군사기술 이전과 재래식 전력 현대화 지원, 연합훈련 등을 추가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주관한 전군 작전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이 식량난·경제난 관련 내부 불만을 외부로 전환하기 위해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일각에서는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완벽한 환상이자 헛된 믿음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적은 절대 변하지 않는데 우리만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이 10월까지 마치겠다고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시한을 넘기면서 향후 준비 과정에 러시아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재발사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로켓 엔진시험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북한보다 기술력이 높은 러시아 기술 자문이 들어갔다면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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