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세계에 간 아이,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

김동근 2023. 11.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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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김동근 기자]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 메가박스중앙(주) MEGABOX
 
엄마라는 존재는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엄마의 몸에서 생을 시작해 출산의 과정을 함께 거치고, 세상에 나와서도 엄마라는 존재에 크게 의지한다. 태어난 아이에게 엄마는 하나의 세상이다. 자신이 살던 좁은 배 속에서 나와서도 모두는 엄마가 만든 세상 속에서 성장해 나간다. 성장하고 자의식이 생기면서 우리는 그 세상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엄마가 만든 세상은 아빠와 엄마가 함께 만든 세상이다. 그 세상은 아마도 엄마의 부모들, 그리고 그 이전부터 만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세대를 거쳐 나라는 존재가 탄생해서도 그 세상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엄마나 아빠에게 사고가 생겨 아이 곁을 떠난다면 그 세상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린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면 그 과정이 조금 느리겠지만 결국에는 과거의 세상은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우리의 의지로 된 것이든, 주변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든 우리는 그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야 하는 11살 남자아이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야 하는 마히토(목소리 : 산토키 소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갑작스러운 화재로 엄마를 잃는다. 그가 받았을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에게 세상을 만들어준 큰 존재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니까. 그 일이 있고 몇 년 후 그는 아빠를 따라 다른 집으로 가게 된다. 바로 아빠가 재혼할 상대이면서 엄마의 동생인 나츠코(목소리 : 기무라 요시나)다. 과거에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사람이고 가족이었지만 닮은 듯 새로운 엄마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집으로 가는 마히토의 얼굴은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충분한 예의를 갖춰 상대를 대하지만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새엄마 나츠코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숙제 같은 상대다. 나츠코는 배 속에 새로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조금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히토를 데리러 역 근처로 온 나츠코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 중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마히토와 나츠코는 서로를 가족으로 인정해야 하고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 MEGABOX
 
과거의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와 같이 주인공인 마히토는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세상으로 초대한 이상한 왜가리는 미스터리한 탑으로 마히토를 이끈다. 이 영화는 이제 82세가 된 노감독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그만의 세상으로의 초대장이다. 관객은 마히토와 함께 이상한 생명체가 가득한 신비의 세계로 조금씩 들어가게 된다.

마히토는 그 세상으로 간 것으로 추정되는 나츠코를 찾으러 간다. 나츠코는 출산이 가까워오자 부쩍 입덧이 심해진 상황이었다. 그때 마히토는 형식적인 안부만 묻고는 퉁명스럽게 방을 나섰다. 마히토는 새엄마인 나츠코를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마히토는 자신의 원래 세상이던 죽은 엄마의 세상을 완전히 잊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라진 새엄마를 찾기 위해 과감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다.

새엄마를 찾으러 신비의 세계 속으로

신비의 세상에는 마히토의 엄마인 히미(목소리 : 아이묭)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실제 세상에서 할머니의 모습인 키리코(목소리 : 시바사키 코우)는 젊은 모습으로 신비의 세계 한쪽에서 물고기를 잡아 나누며 모든 존재들이 균형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히미와 키리코는 이 세상에서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선의를 가진 존재이며, 신비의 세계를 유지하는 일종의 균형추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세상에 몰래 숨어 들어온 마히토는 그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깰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아직 성장 중인 마히토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신비의 세계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이한 생명체들처럼 그도 무의식 중에 그 세계에서 행동하지만 그가 죽은 펠리컨을 땅에 묻는 장면에선 그가 가진 선의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 선의는 그 세계에 도움이 될 듯 보이지만, 마히토는 다시 엄마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무척 크다.

기본적으로 마히토는 엄마를 잃은 아픔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아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새엄마와 재혼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마히토의 마음속에는 죽은 엄마의 세상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가 새로운 집에서 새엄마의 노력을 보면서도 가까워질 수 없는 건, 그렇게 함으로써 무너지는 엄마의 세계가 두렵기 때문이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 MEGABOX
 
영화 속 마히토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선택을 한다. 새엄마인 나츠코와 함께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다. 엄마가 살고 있던 신비한 세계는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그 세계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마히토는 새로운 가족을 인정하며 다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여주는 그만의 세계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얼핏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순하게 보고자 하면 그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과거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냈던 이야기들보다 이번 영화의 이야기가 좀 더 열려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두 가지의 해석만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관객의 흥미를 끄는 면이 분명히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큰할아버지(목소리 : 히노 쇼헤이)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세계의 균형을 지킬 다음 존재가 마히토가 되었으면 하고 그에게 묻는다. 하지만 마히토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잉꼬대왕(목소리 : 쿠니무라 준)이 그 균형의 블럭을 모두 칼로 갈라놓는다. 어쩌면 큰할아버지는 현재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니었을까. 과거의 자신인 마히토가 그 세계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게 갈라놓은 어떤 일 혹은 존재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는 엄마라는 한 세계에 대한 영화이자, 감독 본인이 경험했던 삶의 선택을 보여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화방식과 히사이지 조의 영화음악은 여전히 무척 잘 어울리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직선적으로 달려간다고 느껴지기보다는 병렬적으로 벌린 후 조금씩 좁혀들어가는 느낌이라 조금 느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그의 세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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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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