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큰 산 넘었다’ 아시아나 이사회, 화물매각 의결

오규민 2023. 11. 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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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시정조치안 EU에 제출
재무 어려운 아시아나에 지원 확대 예정
EU 최종 승인 여부 이후엔 미국·일본 심사
화물사업부 인수자 찾는 문제도 남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위한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해당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곧바로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제출한다. EU 심사 이후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이어져 최종 합병 여부는 내년이 돼야 알 수 있다. 화물사업을 인수할 기업을 찾는 문제도 남아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하는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해 원안대로 가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이번 이사회에는 5명의 이사(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가 참석했으나 4명만 표결에 참석했다. 관련 안건은 찬성 3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대한항공은 오늘 중으로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시정조치안 제출에 동의함으로써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을 곧바로 제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합병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논의 이사회가 예정된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번 이사회는 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시정안 내용은 구체적으로 화물사업은 분리 매각을 통해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여객사업의 경우 유럽 4개 중복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에 대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가 진입하는 걸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 매각 시 인수자가 직원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약속할 수 있도록 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 내용을 통과시켰다. 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2020년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한 계약을 아시아나와 체결하며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7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다만 이 돈은 예수금(임시 보관 자금)으로 사용처가 제한돼 있었다. 시정조치안 제출 이후 이 금액을 인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EU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운영자금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다. EU 승인 이후에는 계약금 3000억원 중 1500억원은 이행보증금으로 전환된다.

시정조치안을 접수받은 EU집행위는 심사 결과 통보날짜를 공지하고 심사에 들어간다. 합병 최종 확정 여부 결정 시점은 내년이다. EU가 기업결합 승인을 하더라도 아직 미국과 일본의 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심사는 유럽만큼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 측에 “합병 시 미주노선 독점이 발생해 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해당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 당국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미주 여객 노선 대체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을 유럽 노선 대체자로 꼽는 등 EU에 제출한 시정조치안과 궤를 같이한다. 13개 미주 노선 중 뉴욕,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LA, 시애틀 등 5개 노선이 대상이다. 대한항공은 기재와 승무원 조종사까지 에어프레미아로 이관시킬 것으로 보인다.

화물사업부를 살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는 문제도 남아있다. 화물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반짝’ 매출이 올랐으나 현재는 정상화된 상태다. 화물사업 매출은 2021년 3조1493억원까지 치솟으며 항공운송 전체 매출(4조3421억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화물매출은 7795억원으로, 3조5886억원의 항공 매출 중 21.7%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비중인 19.3%(1조3116억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실적이 들쑥날쑥한 만큼 관심 가질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인해 대한항공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장거리 노선의 축소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을 감안해도 여전히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판단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해도 부채비율은 300%를 밑돌 것으로 보이며 화물 부문을 매각하면 재무 부담은 오히려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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