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100년 전,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무용으로 화려하게 부활

김희윤 2023. 11.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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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 작가에서 한국이 사랑한 작가로 회자되는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가 남긴 한국 풍속화가 현대적 감각의 몸짓으로 재탄생해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무용단이 2∼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은 100년 전 한국을 바라본 이방인의 시선과 그림 속 우리 문화와 전통, 시대상과 민족성을 춤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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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
영국 화가 키스 작품 24점 모티브
혼례·독립운동·무당 등 1막7장 구성
"우리 정서에 에너지 더한 현대무용으로 구현"

“한국의 가정 내에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하대를 당하지만, 3·1 만세운동 때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않게 잘 싸웠다. 비밀문서를 전달하고, ‘조선독립신문’을 배포하고, 지하조직에 참여했으며,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굽히지 않았다. 한국 여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이 얼마나 강인한가를 보여주었다. (엘리자베스 키스, ‘올드 코리아’ 中)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서울시무용단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을 공연하는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과 안무가 김성훈.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국을 사랑한 작가에서 한국이 사랑한 작가로 회자되는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가 남긴 한국 풍속화가 현대적 감각의 몸짓으로 재탄생해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무용단이 2∼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은 100년 전 한국을 바라본 이방인의 시선과 그림 속 우리 문화와 전통, 시대상과 민족성을 춤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여행자였던 엘리자베스 키스가 조선에서 가졌던 생각, 우리 민족에게 느꼈던 감정을 글을 통해 읽으면서 일본 식민지하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잃지 않았던 자긍심, 그리고 그의 그림에 묘사된 아름다웠던 우리 복식과 전통문화를 무대에 구현하고자 했다”고 정혜진 서울무용단장은 작품을 소개했다.

'엘리자베스 기덕'은 키스가 남긴 80여점의 한국 풍속화 중 '신부행차','시골 결혼잔치, '원산 학자와 그 제자들' 등 24점을 1막 7장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무대를 구성했다. 그의 그림뿐만 아니라 조선에 머물던 키스가 친언니와 주고받은 편지에 담긴 솔직한 한국에 대한 인상, 감정도 무대에 등장하는 키스의 캐릭터와 그의 시선을 통해 깊이 있게 표현했다.

정 단장은 "2008년 처음 전시회에서 키스의 그림을 마주하고 무용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했는데 무대에 올리는 데 15년이 걸렸다"며 "예뻐서 아기자기한 그림만 봤을 때와는 달리 키스가 언니에게 쓴 편지를 보면서 우리의 민족성과 당대 시대상을 작품에 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서울시무용단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의 안무를 맡은 정혜진 단장(왼쪽부터)과 주연 오정윤, 김하연, 안무가 김성훈.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국인의 자질 중에 제일 뛰어난 것은 의젓한 몸가짐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일본 경찰이 남자 죄수들을 끌고 가는 행렬을 보았는데 번쩍이는 제복을 입고 총칼을 찬 일본 사람보다 죄수들이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엘리자베스 키스, ‘올드 코리아’ 中)

키스는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1919년부터 20년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당시 풍경을 화폭에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런 그의 한국 사랑은 '한국의 크리스마스실(seal)'을 세 차례 디자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낙관(落款)을 한국식 이름인 '기덕'으로 바꿀 정도로 한국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번 작품 제목인 '엘리자베스 기덕'에는 그런 지극한 키스의 한국 사랑이 담겨있다.

키스의 그림을 온전히 무대에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의상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백의민족’ 조선인의 모습과 달리 빛깔과 곡선이 유려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복식이었다고 정 단장은 설명했다. 무대에는 키스의 작품에 묘사된 다양한 착장 중 총 7벌의 의상이 등장한다. 이 밖에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한복들과 신부의 결혼 장면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신발과 족두리 등 소품들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100년 전 우리나라 여성들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도 무대에서 흥미롭게 묘사된다. 김성훈 안무가는 "키스의 책에 따르면 남자들은 장기를 두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여인들은 빨래, 요리 등 노동으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고 했는데, 그 모습을 대조적으로 무대에 그려 비교하면서 보실 수 있게 구성했다"며 "결혼식 풍경만 봐도 현대에는 '스몰 웨딩'이 유행인 데 반해 100년 전에는 동네잔치처럼 모두가 모여 떠들썩하게 치렀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안무가는 "키스의 그림을 단순히 안무로 옮겨 표현하는 것보다 그의 그림 이면에 녹아있는 감성과 시대상을 이미지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그림에서 상상할 수 있는 부분, 그 너머의 서사를 관객 앞에 판타지처럼 펼쳐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키스 역을 맡은 김하연 서울시무용단 단원은 “이 작품은 스토리 텔링도 아니고 이미지만 있는 것도 아닌 적절한 크로스 오버를 통해 관객들한테 키스의 시선과 당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키스 역에 더블 캐스팅된 오정윤 서울시무용단 단원 역시 “무대에 그려지는 키스의 작품 속 풍경과 아름다운 당대 복식, 소품을 통해 관객께서 미술관에 가서 키스의 작품을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선의 아름다움을 부각하는 한국 무용과, 근육의 움직임을 폭발시키는 현대무용의 장점을 한데 모아 정적인 한국의 정서에서 출발해 역동적 컨템포러리로 폭발하는 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우리의 민족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다시금 떠올리고 품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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