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양극의 반응… 걸작 vs. 난해하고 지루

[최호림 기자]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10월 25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7년 넘게 시간을 들여 제작한 결과물이자 '기무라 타쿠야'를 비롯 일본 내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애니메이션 속 연기자들의 목소리 더빙을 해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우선, 난해하지만 그래도 최고의 걸작이라 말하는 이가 있는 반면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너무 어려워서 잠만 자다 나왔다는 의견으로 양립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난 7월 일본 개봉 당시 첫 주 15억 6000만 엔(한화 약 142억 원)의 오프닝 수익을 기록했다.

국내 역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결과 11월 1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106만 3666명을 모으며 상영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지브리스튜디오의 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영화 내용은 세계 제2차대전 당시 도쿄를 뒤덮은 공습으로 엄마를 잃고 우울해하는 11살 소년의 이야기다.

어느 날 주인공에게 죽은 엄마를 만나게 해 주겠다며 급작스럽게 날아오는 왜가리 한 마리를 소년이 따라나서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말하는 왜가리를 보고도 놀라지도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과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가는 스토리 전개로 펼쳐진다. 이런 이유로 감독의 전작들인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 로의 행방불명>을 기대했다가 고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이어지는 상황 연출에 필자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집필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은 1937년 '요시노 겐자부'가 쓴 동명 소설에서 차용했다.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어린시절 엄마에게 선물 받아서 읽고 감동 받은 책이라고 대중에게 알려져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유추하자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유년시절 성장통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의 우울한 어린시절 이야기를 지브리 특유의 기괴한 캐릭터들과 화려한 시각적 기법으로 추상적인 표현을 하다 보니 영화가 더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면서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점점 더 명확해진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며 일본 가수 '요네즈 켄시'의 OST가 한글로 번역된 자막과 함께 흐르는 것을 끝까지 보고 있자면 감독의 의도를 더욱 짐작케한다. 하지만 이미 영화의 난해함에 지친 관객들은 2시간 여를 앉아있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 바빴다. 이런 이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누군가에겐 망작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걸작이기도 한 강한 호불호를 남기는 듯하다.

꼭, 시인 최남선이 쓴 <해에게서 소년에게>처럼 작가는 시의 제목을 바다 해(海)로 썼지만 그 시의 제목만을 듣고 대중들은 바다 해가 아닌 하늘의 해로 제목을 착각했던 것처럼 이제 은퇴를 앞둔 노장 감독의 신작은 아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그려 놓은 듯하다. 하지만 영화의 의미를 헤아리기도 전, 애니메이션 속 역사적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 스토리는 그게 아무리 좋게 말해서 반전을 묘사했다 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지배한 한국사의 어두운 단면이 떠올라 사실, 정서적인 반감부터 들었다. 

감독은 애초부터 설명보단 영화의 장면 장면들을 관객들 개개인의 상상력에 맡기려고 작정을 하고 만들었는지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의 해석이 가지각색이고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도 없어 보인다. 그럼, 이렇게 난해한 영화를 만든 82세의 노장이 우리에게 말하려던 것은 무엇일까? 결국, 필자는 어린시절 우리가 품었던 꿈에 대한 이야기로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또 그 꿈을 잊고 이 시대를 힘겹게 사는 어른이들에게 어릴적 간직한 그 작은 꿈 한 조각 잊지 말고 살라며 조언하며 위로하고 있는 노장의 모습을 보게되어 감흥이 새로웠다.

雨を受け歌い出す 人目も構わず
비를 맞으며 노래를 하네 눈길도 개의치 않고

この道が続くのは 続けと願ったから
이 길이 이어지는 건 이어지기를 바랐기에

また出会う夢を見る いつまでも
다시 만나는 꿈을 꾼다네 언제까지고

一欠片握り込んだ 秘密を忘れぬように
한 조각을 손에 쥐었네 비밀을 잊지 않으려

-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 OST 중 -

개봉 전 큰 기대와는 달리 개봉 후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지브리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얼마전 개봉해 국내와 일본에서 큰 흥행을 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 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재페니메이션의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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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잃어버릴 듯 말 듯 작은 꿈 하나 손에 꽉 잡고 현실을 살아가고있는 어른이들을 위한 명작만화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