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맞춤법, 왜 써야 하죠? 답해드립니다

김슬옹 2023. 11. 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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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말 비타민> 펴낸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김슬옹 기자]

▲ “우리말 비타민”이라는 책으로 우리말글 운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정재환 씨 “우리말 비타민”이라는 책으로 우리말글 운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정재환 씨. 한글학회 말모이 서랍 앞에서 @김슬옹
ⓒ 김슬옹
개그맨에서 방송사회자로, 사회자에서 한글운동가로, 한글운동가에서 역사학자로, 역사학자에서 다시 한글학자로 우뚝 선 정재환씨. 끊임없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그가 <우리말 비타민>(종이와 나무)이란 우리말 '약'을 들고 우리들 앞에 다시 섰다.

비타민은 아플 때 먹는 약이 아니라 늘 음식처럼 먹으면 좋은 영양제다. 비타민을 잘 섭취하면 병을 예방할 수 있으니 치유 약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내가 그의 책을 모두 읽어보며 느낀 생각도 비슷하다. 방송인으로, 교수로, 저술가로 누구보다 바쁜 그와 10월 11일 한글학회 말모이 원고함 앞에서, 그리고 근처 주시경 마당에서 긴 시간을 같이 했다.

- 이제 약장사로 나서신 건가요?(웃음) 책 제목은 직접 지으셨다고 하는데 무척 참신해 보입니다.

"약장사가 아니라 책장사죠.(하하) 우리가 몸 생각해서 비타민을 많이 먹잖아요. 각자가 일하는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우리 말글은 그냥 공통 필수이지요. 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우리말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말글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해요. 그래서 우리가 '비타민을 복용하듯이 우리말 비타민을 1년 365일 복용을 하자', 그리고 '우리가 1년 365일 우리 말에 관심을 갖고 우리 말 비타민을 복용하면 우리 말이 튼튼해진다!' 그런 생각으로 제목을 <우리 말 비타민>(종이와 나무)이라고 지은 거죠.

그런데, 이 책이 우리 말글에 관한 모든 얘기를 다 담을 수는 없는 거고, 제가 다 알지도 못하죠. 다만 제가 그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거나 경험한 것들, 이런 걸 토대로 우리 말글은 이런 거고, 우리 말글에 이런 부분들도 있는데 이건 참 중요하고 같이 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을 나누고자 쓴 거죠.

지금 이걸 보고 공부를 깊이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한국 사람들이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 또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언어 문제에 관해서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 풀어 쓴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 책을 가볍게 재미있게 읽으시고, 우리 말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주시고, 의견을 나눠주시면서 1년 365일 우리 말글에 관한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말 비타민을 복용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방송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말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그의 관심은 예사 관심이 아니다. 한글운동의 시민 단체로 우뚝 선 <한글문화연대> 창립 때인 2000년 2월 22일부터 20년 넘게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 한글 역사로 박사학위까지 받으셨으니까 이제 한글학자이시기도 하고, 한글 전문가이시잖아요. 책을 쭉 보니까 폭넓게 설명을 잘 해주셨어요. 정말로 이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비타민 복용하듯이 건강한 말글살이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20년 넘게 한글운동을 해오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역시 세종의 훈민정음 정신이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자라는 게 아주 오랫동안 지배계층을 위한 문자였잖아요. 문자를 대중이 쓰기 시작한 게 근대 이후니까요. 그런데 훈민정음은 처음부터 대중을 위해서 만들어진 문자이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통 사람을 위해 태어난 유일한 문자이잖습니까? 그만큼 지금 우리가 21세기에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라든가 '평등'의 가치를 그냥 안고 태어난 문자가 바로 훈민정음이고 한글이에요. 한글은 세상에 던지는 그 강한 메시지를 가진 문자지요."

- 제 전공(훈민정음)이라 그런지 더 공감되네요. 요즘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한글이 가진 보편적 가치는 늘 중요하죠. 한글운동을 시작하신 2000년 이후 벌써 23년이 흘렀어요. 지금의 한글 운동 방향이 그때랑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든가 등의 한글 운동의 방향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저희 한글문화연대에서 공공언어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공공언어라는 게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여야 되는데, 공공언어가 난해하고 어려운 말로 점철이 돼버리면 결국은 사회적인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쉬운 말, 그리고 외래 용어보다는 우리 말 사용을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제 한자와의 어떤 전쟁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자도 필요한 영역이 있고, 한문은 이제 전문 분야 쪽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은 사실 이제 '외래 용어', 특히 영어 하고의 싸움이 절실한 때입니다. 영어의 힘이 센 탓도 있고, 우리가 조금 줏대가 부족하다 보니 불필요한 외래 용어도 많이 쓴단 말이죠.

예를 들면, '쟤는 아주 멘탈이 강해'를 보자면, 과거에는 멘탈이라는 말 안 썼거든요. 그냥 '정신력이 강하다, 의지가 강하다,' 이런 말을 썼고요. 또 예를 들어서 김 교수님하고 저하고 '케미가 잘 맞는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케미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안 썼단 말이죠. 제가 <우리말 비타민> 중에 '비타민'이라는 외래어를 의도적으로 집어넣기도 했는데요. 불가피하게 써야 하는 외래 용어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역시 우리 말 중심으로 해나가야, 이것이 한국인다운 말살이고, 또 우리말다운 거고요. 그리고 영어와의 경쟁에서 우리 말의 어떤 고유성이라든가, 그 본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 영어 남용 이걸 막아낼 수 있을까요? 같이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회의적인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웃음).

"사실은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려면 국제 통용어로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영어를 알 필요는 있잖아요. 그러니까 영어 학습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우리 말글살이 이거에 대한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긴 하지만 설령 진다고 하더라도 계속 싸워요. 끝까지 싸워야죠. 근데 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또 적지 않기 때문에 힘을 좀 합치면 우리 말을 잘 지켜내면서도, 너무 배타적이지 않은 자세로 얼마든지 외부 세계와 교류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그러면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한글 운동과 한글 역사 공부는 으레 하는 것이구요(하하), 특별한 제 개인적인 계획 하나는 65세가 되면 동네 할아버지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수년 전에 했어요. 그때는 내 공간이나 교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인터넷 세상이 되다 보니까 교실이 없어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지금 하고 있죠. 그래서 동네 할아버지 교사가 돼서 이제 우리말의 역사, 우리 말글살이에 대해 수다떨 듯 함께하는 거죠."

비타민 자체가 다양하듯 <우리말 비타민>에는 다양한 우리말 비타민이 있다. 말하기 기초 비타민도 있고, 영어 남용에 대한 비타민, 어렵다며 한글 맞춤법을 원망하는 이들에 대한 비타민도 있다. 필자의 눈을 끈 비타민은 '왜 맞춤법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춰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처방이다.

"오해다. 문자사용은 서기전 3000년경부터지만 말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이다. 말이 먼저고 글은 나중이다. 말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를 사용한 것이고,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철자와 문법 등이 정립되었다. 물론 규범이 정립된 후에는 글이 말을 구속하기도 한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규범에 말을 맞춘 것이 아니고, 말에 맞춰 규범을 정한 것이다. 맞춤법에는 규칙성뿐만 아니라 불규칙성, 예외적 현상 등이 담겨 있는데, 이는 맞춤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말이 본디 그런 특성을 갖고 있거나 그때의 우리가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우리말 비타민> 275-276쪽)"
 
▲ 10월 20일 수원 팔달문화센터. 책과 함께 '우리말 비타민'으로 강의하고 있는 졍재환 씨 10월 20일 수원 팔달문화센터. 책과 함께 '우리말 비타민'으로 강의하고 있는 졍재환 씨 @정재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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