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11명 무죄 확정…참사 9년만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303명이 숨지고 142명이 다치게 된 책임을, 구조 지휘를 했던 해경 간부들에게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최종적 결론이 나왔다.
2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최상환 전 해경 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본 서울고법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9년 전 참사 당시 중앙구조본부장, 광역구조본부장, 지역구조본부장, 중앙구조 부본부장을 맡았던 이들이다.
이외에도 당시 상황반장이었던 이춘재 전 경비안전국장, 상황반원이었던 여인태 해양경비과장, 임근조 상황담당관, 서해청의 김정식 전 경비안전과장과 유연식 상황담당관, 목포해경의 조형곤 전 상황담당관과 이재두 3009함 함장까지 총 11명의 간부급 직원들이 이날 ‘부실 구조 책임’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로서 해경에서 구조 부실 책임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건 김경일 전 123정장이 유일한 사람이 됐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김 전 정장은 참사 직후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 3년이 확정됐다(2015년 11월). 이날 무죄를 확정받은 김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 11명은 당시에도 기소되지 않았다가 2019년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재수사 끝에 지난 2020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수단은 김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도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에 따라 김 전 123정장과 같은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2·3심 모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각 피의자의 과실의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처벌하기보다 각자의 책임을 따로 물어야 한다는 판결 취지를 이어갔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는 지난 2월 “(김 전 청장 등이) 침몰이 임박했는데도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 중이란 사실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이날 선고로 ‘현장 간 정장은 유죄, 지휘한 윗선은 무죄’란 법원의 판단이 확정된 셈이다. 이는 이태원·오송 등 다른 참사와 관련한 형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대 재해 관련 사건을 다뤄본 적 있는 한 변호사는 “대형 사고가 벌어졌을 때 적용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서는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주의 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장에서 멀어질수록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책임이 없어진다”며 “각자의 과실이 합쳐서 하나의 결과가 일어났다고 보는 과실범의 공동정범 논리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검찰은 위·아래 관계없이 각자의 과실을 동시에 묶어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묶으려 하지만, 이는 ‘자기 책임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형법상 책임주의를 파기하고 무한책임으로 가게 돼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은 김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 전 3009함 함장이 참사 당일 오전 퇴선 명령을 한 것처럼 내부 문건을 조작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선 1·2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확정했다(각 징역 1년 6개월의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등은 이날 선고에 대해 “더 이상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아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돼도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300여명의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죽여도 죄가 없다고 한다면,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질러야 몇명이 죽어야 죄가 있다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문현경·이병준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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