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21일뒤 부인 사망…'금오도 추락사' 남편 12억 받는다
부둣가에 기어 중립 상태로 정차한 자동차가 물에 빠져 탑승한 아내가 사망했다면 남편은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일 ‘전남 여수 금오도 사망사건’으로 알려진 익사 사건의 남편 A씨가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A씨가 받을 수 있게된 보험금은 12억원에 달한다.
9월 인연, 10월 보험가입, 12월 혼인신고‧사망
금오도 사망사건은 2018년 12월 31일 전남 여수 금오도 여천항에 중립기어 상태로 세워져있던 자동차가 굴러내려가 바다에 빠지면서, 차 안에 타있던 여성 B씨가 사망한 사건이다. B씨는 A씨의 아내로,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함께 바닷가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A씨와 B씨는 만난 지 3개월만에 혼인신고를 한 부부 사이였다. A씨는 1988년부터 장의차, 레커차, 트레일러, 관광버스 등 각종 운전업무에 종사하다가 2018년 9월 보험설계사로 채용돼 일하던 사람이고, B씨는 A씨가 방문한 식당 주인이었다. 이들은 각자 여자친구, 남편이 있었지만 2018년 9월 말~10월 초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B씨는 10월~11월에 걸쳐 총 12억원의 사망보험 3개에 가입했다. B씨는 12월 6일 남편과 이혼한 뒤 10일 A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13일 곧장 보험 3개의 수익자를 기존 ‘법정상속인’에서 ‘A씨’로 변경하고 18일 뒤 숨졌다.
1심 “확률 극히 낮다” 0원, 2심 “배제할 수 없다” 12억원
살인죄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살인 무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유죄’만 인정돼 금고 3년형을 받았고 2020년 9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살인 무죄가 확정된 뒤인 2020년 10~11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10억원, 롯데손해보험에 1억원, 신협중앙회에 1억원의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이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며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된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굴러떨어지기 위해서는 항구에서 특정 위치·특정 방향에 세워진 뒤 바퀴도 일렬로 정렬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확률이 극히 낮다는 판단이다. 사망보험금을 최대한으로 늘려 보험 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부분”이며, “자녀들을 두고 보험수익자를 A씨로 변경한 경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고가 우연히 발생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2심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문광섭 부장판사)는 “우연히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씨가 청구한 보험금 12억원을 모두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러 정황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을 개연성을 뒷받침하기는 하지만, A씨가 B씨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일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2심의 논리를 그대로 확정했다.
보험사들은 “A씨가 보험금 부정취득을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부정하게 체결했다” “보험계약 당시 입력한 정보가 거짓이다”며 상법상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보험사 직원으로 이 사건 계약서를 거짓으로 쓴 과실이 있으니, 손해배상 책임과 상계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소송을 처음 제기한 2020년을 기준으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한 2심의 계산 부분만 ‘2심 선고일인 2023년 6월 17일부터 계산하라’고 고쳐 선고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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