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제때 못 간 사람들…이유는 "돈 아니라 시간 없어서"

치료 포기 이유로 "갈 시간 없고 비용 부담"
경제적 의료로 치료 포기 고령층에서 높아
'재난적 의료비 발생' 저소득층에서 더 많아

기술과 교통 등의 발달로 의료 접근성은 커졌지만, 국민의 15%가량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치료 기회를 놓친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를 포기한 이유로 '시간과 돈'을 꼽았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의료패널 등이 2011년부터 18세 이상 성인 가구원들 대상으로 조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국내 병·의원 기준 미충족 의료 경험률(응답자 1만 64명)은 2020년 현재 15.0%(남자 15.0%, 여자 14.9%)였다.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최근 1년간 병·의원 치료 또는 검사(치과 제외)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받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로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가 50.7%(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의료비가 부담돼서'(21.2%), '교통이 불편해서, 거리가 멀어서'(9.3%)가 뒤이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80세 이상(5.6%)과 70대(4.1%) 등 고령층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는 대체로 3%를 밑돌았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 발생 가구 비율은 2020년 현재 3.93%다.

재난적 의료비 수준이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가구의 지급 능력 대비 의료비 지출이 40% 이상인 경우'이다.

저소득층은 치료비 자체가 '재난' 수준으로 높은 경우도 다른 집단보다 많았다. 소득 1분위(최저 소득)에서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 비율은 10.8%로 전 분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즉 저소득층에서는 의료비가 전체 가용소득의 40%를 넘는 가구가 10집 가운데 1곳이나 된다는 의미다.

고든솔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편적 건강 보장 실현에 필요한 접근성·서비스·비용을 보장하는 데 있어 대상별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