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위원장 '윤핵관' 이철규... 김웅 "유권자 우롱"
[곽우신, 남소연 기자]
국민의힘이 신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지난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함께 지고 물러났던 인사가 별다른 휴지기 없이 재차 주요 당직을 맡게 된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새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한 사실을 알리며 "전직 사무총장으로 오래전부터 인재영입활동 계속해왔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 등을 감안했다"라고 알렸다. 위원회 소속 각 위원 임명은 "향후 위원장과 상의해서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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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되자 "그런 것도 충분히 감안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것, 그 다음에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고민해주시고, 최종적으로는 인재영입에 대한 결과로 여러분들에게 평가받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사의 재기용이 적절한지 물음표가 나왔으나, 박 대변인은 "개인적 평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당이 굉장히 쉽지 않은 상황인데, 총선에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분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주시라"라고 강조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이 사실상 내년도 총선을 앞둔 후보 공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친윤'이 공천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러가지를 감안했는데, 인재영입과 공천관리위원회의 활동은 별개"라고 잘라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인재영입의) 결과가 나오면 나중에 평가받겠다"라며 "지금은 겸허히 이야기를 듣고, 아마 이철규 위원장도 활동하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승선불가론' 상기시킨 김웅 "개혁 바라는 인물은 승선 않겠다는 것"
그러나 2선으로 물러난다고 했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귀환에 당내 일각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김웅 국회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라던 이철규 의원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켰다.
그는 "2023년 8월 16일 의원총회에서 이철규 의원이 한 발언"이라며 "그리고 두 달 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우리는 기록적인 패배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철규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느냐?"라며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 당의 개혁을 바라는 인물은 승선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혁신위는 통합을 외치면서 인재 영입은 친윤 감별사에 맡긴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란 뜻"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들을 물러나게 한 것이 불과 2주 전"이라며 "이철규 의원은 가장 중요한 당직인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철규 의원을 보름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은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경고를 무시하면 다음번에는 칼이 날아온다"라고 우려했다. "내년 총선은 전국이 강서구청장 선거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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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날 혁신위원회가 당내 통합 차원에서 '1호 혁신안'으로 제안한 징계 사면을 의결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은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갖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라고 징계 취소를 예고했다.
이후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원회가 당내 대사면을 건의했다"라며 "당 최고위원회는 혁신위원회의 당 통합을 위한 화합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알렸다.
그는 "오늘 징계 처분 취소가 의결된 대상자들은 이준석 전 당 대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위원장"이라며 "각각의 사유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알렸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시장 모두 '사면'이라는 표현과 징계 취소 처분에 반발하고 있고, 이들과 각을 세워 온 대표적인 인사인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주요 당직을 맡으면서 당초 의도한 '통합'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홍준표 시장은 당의 징계 처분 취소가 결정된 직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과하지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라며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한 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징계 당사자였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사면을 앞두고 최고위원직을 자진 사퇴하면서, 궐위된 최고위원 자리를 채우기 위해 보궐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 말까지 새 최고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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