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성평등' 예산 줄인 여가부, 여성정책 사업 19개 중 11개 예산 삭감
대부분 '양성평등' 관련 사업 삭감
'사업 집행률, 효과성'이 삭감 사유
시민단체 "국가 성평등 정책 마이너스"
여성가족부가 내년 예산에서 '양성평등' 정책 예산을 감축한 가운데 양성평등을 포함한 여성 정책 관련 대부분의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가족부 폐지 후 부처 통합·이관을 예고한 현 정부가 성평등 분야 정책 비중을 줄이고 가족·인구 정책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여성정책국 2024년 예산안 전년 대비 증감액 세부내역'에 따르면 여성정책국에서 집행하는 사업(내역사업별) 19개 중 11개가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액 대상 중 대부분은 양성평등 관련 사업(9개)에 해당한다. 또 권익보호 관련 사업(2개)도 감액됐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 총액은 올해 예산안 대비 9.4%(1475억800만원) 증액됐지만, 양성평등 정책 예산은 2.5%(61억9600만원)가 감액됐다.
내역사업별로 살펴보면 사업의 집행률과 효과성 등을 반영해 예산을 삭감한 경우가 많았다. 즉 사업 평가 결과가 저조한 경우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보인다. '양성평등정책 조정·협의'에 관한 사업의 경우 올해 내역사업 집행률 등을 고려해 예산이 감축됐다. '양성평등 및 여성 사회 참여 확대 공모', '대외협력 강화', '양성평등조직문화 조성' 부문 사업에 관련해서도 수혜자 범위 및 사업효과성 등을 반영해 예산을 줄였다고 여성가족부는 설명했다. '양성평등조직문화 조성' 부문에서도 기관 참여 수요를 이유로 예산을 줄였다.
산하 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지원되는 사업비, 경상운영비, 예비비, 자체수입 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모두 감액됐다. 여성가족부는 사업비와 관련해 '사업추진 우선순위 조정'을 위해 사업비를 삭감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세부 사업별로는 '대학생 대상 폭력예방 디지털교육 운영사업', '아시아 젠더 전문가 양성교육 및 협력사업' 예산이 감액됐다.
여성가족부는 역점사업인 다문화·한부모가족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이 포함된 가족 정책에 예산 비중을 높게 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 중 가족 정책 예산안은 69.8%에 해당한다. 올해 예산안보다 16.6%(1707억100만원) 늘어난 결과다. 반면 양성평등 정책과 함께 청소년 정책은 올해 예산안 대비 6.9%(173억1800만원)이 감축돼 사업 집행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부처 폐지와 함께 '양성평등'을 강조해 왔던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양성평등 실현의 핵심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양성 평등 일자리 기반을 확충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부처 폐지 작업과 함께 양성평등 정책 예산을 줄여나갈 경우 양성 평등 조직 문화 조성, 여성 사회진출 확대 등 성불균형 해소를 위한 사업들은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전국 12개 협의회 및 연대체와 569개 단체가 구성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양성평등 정책 예산 감축과 관련해서도 "여성정책국 사업에서도 여성 정책 개발, 성인지 분석, 양성평등 문화 확산 등 전반적으로 다 삭감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성, 젠더, 성평등이 들어간 것들을 대부분 삭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실적 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은 국가가 역할을 안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마이너스' 시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양성평등 정책 예산 감축과 관련해 여성가족부 측은 "전체적으로 부정 수급이나 하위 평가 항목을 반영한 것으로 안다"라며 "일부 사업의 경우 삭감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센터 등으로 이관되는 경우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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