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롯데건설, 2조 광주중앙공원 사업 격돌…법적 분쟁 예고

SPC 최대주주 지위 두고 갈등
롯데건설 "SPC 주주 지분 49% 인수"
한양 "법원 판결로 최대주주 인정받아"

한양과 롯데건설이 광주광역시 최대 민간공원을 조성하는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의 주도권을 두고 맞붙었다. 롯데건설이 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고 밝히자 한양은 법원이 "최대주주는 한양"이라고 판결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둘러싸고 한양과 롯데건설 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 조감도 / 이미지제공=광주광역시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지난달 13일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SPC 주주권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어 26일에는 한양이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SPC 주주 간 특별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한양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은 지급보증하고 있던 채무를 변제하고, 소유권 분쟁 대상 주식(49%)에 대해 담보권을 실행해 SPC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SPC가 소집한 이사회에서 담보권 실행에 따른 주주 변경을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은 광주 서구 금호·화정·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 및 비공원시설을 짓는 것으로,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 동, 총 2772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광주시에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고 감리자 지정까지 마쳐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총사업비만 2조1000억원에 달한다.

한양과 우빈산업은 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한 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에 각각 30%, 25% 지분을 출자한 주주다. 그 외 구성원으로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이 있다. 롯데건설은 당초 이 사업에 SPC 주주가 아닌 시공사로 참여했다. 주주 간 특별약정에 '한양의 비공원시설 시공권 전부의 확보를 위한 의결권 행사' 항목이 있었음에도 우빈산업이 주도해 시공사를 롯데건설로 선정한 것이 최근 소송의 불씨가 됐다.

이런 가운데 롯데건설이 어느새 지분을 모아 SPC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히자, 한양은 즉각 반발했다. 한양 측은 "앞서 재판부가 우빈산업은 한양에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하고 있는 SPC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고 판시했다"며 "한양은 기존에 보유한 주식 30%를 더해 총 55%의 SPC 지분을 확보, 법원이 인정한 SPC의 최대주주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롯데건설의 주장은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금융사기"라고 비판했다. 소송에서 패소를 예상한 우빈산업을 비롯해 롯데건설, 허브자산운용(대표주간사)이 100억원의 고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이후 롯데건설이 정해진 수순처럼 근질권을 실행했다는 게 한양의 주장이다.

한양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함께 근질권을 설정했던 파크엠 주식은 제외하고, 법원이 양도 판결을 한 우빈산업 주식과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에 승소한 케이앤지스틸 주식만 해괴한 근질권 실행을 통해 취득했다"며 "이는 주식 탈취 행위이자 금융사기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법원 판결 전인 지난달 14일 우빈산업 지분을 확보했다"면서 "반면, 한양은 아직 우빈산업에서 실질적으로 주식을 양도받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PC는 이미 기한이익이 상실됐고, 1조원에 가까운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일으킨 것도 롯데건설"이라며 "자금을 끌어올 때 한양이 기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SPC 이사회가 주주변경을 승인한 것은 사업을 조속히 진행하기 위한 것일 뿐 고의로 부도를 냈다는 한양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한양이 SPC 주주로서 개발이익은 가져가지만, 시공사로 선정되지는 못해 갈등을 키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롯데건설이 최대주주가 돼도 그간 수행해 온 모든 사업 내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은 관계기관에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양 관계자는 "공익사업으로 추진돼야 할 민간공원특례사업이 롯데건설의 수익을 위한 주택사업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며 "법원 판결에 따라 최대주주로 인정받은 한양은 해당 사업을 책임지고 관리해 SPC 구성원을 정상화하고 사업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