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긴장 풀까 걱정되는 우왕좌왕 경찰

이동혁 2023. 11. 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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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핼러윈은 차분하게 지나갔다.

핼러윈 스타일의 '긴장 풀린 파티 인파'는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것인데, 올 핼러윈을 넘겼다고 경찰이 긴장을 풀까 걱정이다.

대통령이 마약 단속을 지시하니 인파는 뒷전 마약 찾으러 다니다가(지난해 핼러윈), 참사가 터지니 마약은 뒷전 인파 막을 계획만 세운(올해 핼러윈) 우왕좌왕 경찰을 보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이태원 골목보다 훨씬 가파른 홍콩섬 산비탈 란콰이펑에 몰리는 핼러윈 인파는 홍콩 경찰이 매년 밤새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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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핼러윈은 차분하게 지나갔다. 이태원은 추모 분위기였고, 홍대앞과 강남역의 핼러윈 데시벨도 평소보다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인파 운집 핼러윈은 다시 온다. 정확히는, 핼러윈류 ‘상업화한 미국식 유흥일'이 다시 온다. 코스튬 파티 핼러윈 그대로일지 '신종 축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하루 날 잡아 일제히 일상의 선을 넘어 즐기려는 청년층 욕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핼러윈 파티’의 역사는 길지 않다. 미국에서 대학 중간고사 직후인 만성절 전날(핼러윈) 청교도적 기숙사 규율을 슬쩍 어기는 코스튬 음주 파티가 1920년대 등장했다가 ‘온갖 분장하고 가두 파티하는 날’로 확 퍼졌다. 핼러윈이 떠들썩한 한국 일본 홍콩 필리핀 태국(심지어 불교 국가다)은 미국 상업주의 영향권인 공통점이 있다. 유럽 대륙은 “핼러윈 파티는 미국 장삿속”이라며 시큰둥하다.

한국의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후속편이다. 야간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던 권위주의 시절 통금 해제일인 크리스마스는 해방절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통금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중략) 서구화 열망, 크리스마스 상업주의와 대중문화 연계효과, 세계와의 일체감, 계절적 영향으로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최대 '놀자판 축제'로 발전했다"고 논문에서 분석했다('한국 크리스마스의 역사: '통금 해제의 감격'에서 '한국형 다원주의'로). 2003년작 로맨틱 코미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에서 배우 차태현은 "일년 중 하루만 섹스한다면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시들해진 2010년대 초 몇몇 수입 주류회사들이 국내에 들여온 핼러윈 파티 마케팅이 마른 장작에 화끈하게 불을 붙였다. 강준만 논문에서 ‘통금으로부터의 해방감’을 ‘경직된 사회로부터의 해방감’으로, ‘크리스마스’를 ‘핼러윈’으로 바꾸면 지난 10여년 불야성 핼러윈의 이유 분석이 된다. 거기에 ‘하룻밤 정도는 평상복을 벗고 약간의 일탈을 하고 싶다'는 젊은이 욕구에 대한 암묵적 허용이 깔려 있다.

서울 마포구는 핼러윈을 앞둔 지난 20일 홍대앞에 ‘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핼러윈 축제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빗발치는 항의에 당일 철거했다. 청년층의 해방 욕구와 이를 먹고 사는 파티 비즈니스는 관제 계도로 못 없앤다는 방증이다.

치안 당국은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핼러윈 스타일의 ‘긴장 풀린 파티 인파’는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것인데, 올 핼러윈을 넘겼다고 경찰이 긴장을 풀까 걱정이다. 대통령이 마약 단속을 지시하니 인파는 뒷전 마약 찾으러 다니다가(지난해 핼러윈), 참사가 터지니 마약은 뒷전 인파 막을 계획만 세운(올해 핼러윈) 우왕좌왕 경찰을 보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이태원 골목보다 훨씬 가파른 홍콩섬 산비탈 란콰이펑에 몰리는 핼러윈 인파는 홍콩 경찰이 매년 밤새 통제한다. 1992년 제야 란콰이펑에서 행락인파 21명이 압사했다. 그날부터 30년 넘게 홍콩 경찰은 제야 행사뿐 아니라 모든 군중 운집지에 미리 나온다. 소를 잃었지만 이후 다른 외양간까지 철저히 관리해온 덕분에 홍콩에선 대형 인파 사고가 그 뒤로 없다. 우리 치안 당국이 배워야 할 점이다.

이동혁 사회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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