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잃은 민주당에 필요한 세 가지

김보현 2023. 11.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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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당내 위기감·사람·정책과 전략 부재... 근거 없는 낙관주의 대신 정책의제 만들어야

[김보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 듯 보였던 민주당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머리 들면 죽는다'는 정치와 골프의 격언을 들먹일 만한 실책이 없었는데도 대중의 관심에서 민주당이 사라졌다.

판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한 걸음만 떨어져 있어도 보일 때가 있다. 정치가 그렇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국정감사가 시작되며 '야당의 시간'이 왔다고 모두 이야기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마무리 된 지금 상황이 그러한가? 민주당은 예산국회에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의 국정난맥상이 국민의 분노와 불만을 들끓게 하고 있는데 그것이 민주당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것일까?

긴장감 없는 조직

원인은 내부에 있다. 지금 민주당에 없는 것들이 있다.

첫째, 위기감이 없다. 바꿔 말하면 조직 전반에 긴장감이 없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총선승리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자 "이번 승리는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못해서다"고 민주당은 입을 모아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보궐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정국을 낙관적으로 해석할 근거는 차고 넘쳤고, 윤석열 정부가 단기간에 정신 차릴 가능성도 없으니 총선승리는 따놓은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돌아보자.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대립각을 세운 박근혜의 존재로, 보수는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에서 야권에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여겨졌던 국민의당 출현이 새누리당에게 독이 되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윤석열의 실패가 보수의 실패가 아닐 수 있다. 독이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윤석열의 존재가 보수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해 가장 신랄한 공격을 퍼붓고 있는 인사들은 보수패널들이다. 최소한 지금 현시점, 국민들 눈에 보이는 정치는 보수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수가 극적인 통합을 이루던, 예상을 뛰어넘는 분열이 이루어지던, 보수 전체로는 과반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타나고, 총선 이후 정국도 보수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지배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정말 기우로만 여길 수 있는지 절실하게 묻고 싶다.  

'스타'의 부재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둘째, 사람이 없다. 바꿔 말하면 스타가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도 아닌 용혜인 의원에게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로 눈을 돌려도 이탄희 의원 정도만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신인규 변호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화주의를 주창하며 호기롭게 신당창당을 주도하겠다는 신 변호사는 더 이상 유승민과 이준석 계보의 수하 정치인이 아니었다.

보수혁신의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 연고도 없는 호남에서 보수정치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천하람 변호사 같은 정치인이 민주당에는 과연 있는가? 언론환경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다.

왜 윤석열 정부 실정을 공격하는 선봉에 유승민, 이준석, 이언주가 있고,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실종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집권 기간에 정치적 반기는 고사하고 정책적 비판이라도 정면에 섰던 정치인이 누가 있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호남정치에 느끼는 지역민의 불만도 여기에 있다. 필자가 택시운전을 하며 만난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인은, 결코 예산 많이 따오거나 민원해결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철학과 실력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맞서 당당하게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열망했다. 젊은 시절 '김대중'의 모습을 지역출신 정치인들에게서 보고 싶은 것이다.

정책과 전략의 부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익표 원내대표.
ⓒ 남소연
 
셋째, 정책과 전략이 없다. '검색량 소멸직전 국정감사'라는 기사 타이틀이 충격적이다. '야당의 시간'이라고 이야기 했던 정기국회 이벤트 하나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국정감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국민평가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정부의 무시와 비협조, 제도의 한계를 감안해도 168석 민주당의 실력이 너무도 참담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산국회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외 경제상황에 맞지 않는 기계적 긴축예산 편성과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R&D, 사회적경제, 청년일자리 예산 삭감 등 수많은 이슈가 있고, 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어도 한계가 뚜렷하다. 헌법57조, '정부 동의 없이 예산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된 대목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목하고 있는 R&D 예산 등 사회적 논란이 크거나 국민적 이슈가 주목되는 분야에 대해 정부·여당은 일정부분 양보하고 여야 모두 부담이 큰 지역사업 예산 등에 대해서는 타협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도 선에서 민주당은 정부예산에 동의해 줄 수 없을 것이고, 정부여당은 준예산 편성을 각오하고 예산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갈수도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정국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기 위한 전략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싶지만 정기국회 전반의 상황을 봤을 때 미덥지 않은 부분이 있다. 윤석열 정부 1년 반 동안 민주당이 정책의제를 선도하거나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세 번의 집권 기간을 거치면서 국정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정책적 지향들을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더라도 일관되게 밀고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경제, 복지, 외교, 환경, 과학기술,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 분야는 다양하다. 이러한 분야들에서 대표적 정책의제들을 확고하게 설정하고 정부의 실정에 맞서야 한다.

민주당 앞에 놓인 진짜 과제

지금 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것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다. 국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생존을 위한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들다. 민주당의 과제는 국민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길을 찾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이나 파벌의 성공이 아닌 국민의 평안한 삶을 위해 민주당은 한걸음이라도 더 뛰어야한다. 이 글에서 없다고 지적한 것들을 민주당이 찾고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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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선 6·7대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을 거쳐 문재인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으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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