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충전리포트]인프라 충분하단 韓, 고속도로선 예측 불가였다
충전소 고장 정보 오류 많아 가는 곳마다 허탕
충전 가격·결제 수단도 들쑥날쑥
이동거리 긴 전기 화물차 포터·봉고EV
고속도로 충전소 독식 문제도
편집자주 -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50만대를 넘어서면서 전기차 충전이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 충전 인프라 구축 등 객관적 지표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선 충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 중심의 거주 형태, 초기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원에 따른 충전 사업자의 난립 등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 시장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고 실사용자가 느끼는 진짜 문제점은 무엇인지 사례 위주로 정리해본다.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평택파주고속도로 위. 자동차 계기판을 보니 전기차 배터리가 30%밖에 남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까운 충전소를 찾았다. '서울 방향 고양 휴게소, 2기 중 1기 100kW 급속 충전 가능.' 혹시 모르니 전기차 충전 앱을 켜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둘러 달려간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의 상황은 내비게이션이나 앱이 알려준 것과는 전혀 달랐다. 2기 중 1기는 먹통이었고 나머지 1기는 포터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었다. 고객센터로 문의해보니 고장 신고 접수는 할 수 있지만 현재 취해줄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시 가까운 충전소를 검색해보니 맞은편 문산방향 휴게소에도 2기가 있었다. 다만 충전기가 모두 고장 났다는 '통신 불가' 표시가 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너편 휴게소로 옮겨갔다. 앱에선 고장 났다고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2기 중 1기가 제대로 작동했다. 충전구를 열고 커넥터를 연결했다. 결제하려 보니 충전 금액이 KWh당 430원? 집에서 완속 충전하는 것보다 30%는 비쌌다.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찔끔 충전하고 근처에서 완속 충전기를 찾기로 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근처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충전기는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근처 공영 주차장에서 완속 충전기를 하나 찾았다. 주차를 하고 충전을 하려 보니 회원만 결제 가능하다는 문구가 떴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당장은 회원만 결제를 할 수 있고 결제 카드를 받으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 25일 찾은 경부고속도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티맵은 휴게소에 충전 가능한 기기가 0대라고 표시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본 충전소에는 2기의 충전기가 있었고 1기는 텅 비어있었다. 이렇듯 내비게이션이나 전기차 충전 전용 앱만 믿고 새로운 충전 장소를 찾아간다면 허탕 치기 일쑤다. 전기차 차주들이 '집밥(집 주차장 내 충전소)', '회사밥(회사 주차장 내 충전소)' 등 본인만의 특정 장소에서만 충전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찾아간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마다 충전 중인 포터 전기차(EV)를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포터 EV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1t 전기 트럭 포터와 봉고의 국내 누적 판매 대수는 올해 9월 기준 11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생계형 화물차인 포터·봉고의 고속도로 충전소 독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고·지자체·소상공인 보조금까지 포함해 최대 2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 화물차 보급 확대에 힘써왔다. 사용 빈도가 높은 화물차의 전기차 전환이 빠르면 빠를수록 탄소 저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등 편의성이 높은 공공장소에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보급만 늘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시 간 이동이 잦은 포터·봉고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11㎞로 짧다는 점도 문제다. 코나 EV(417㎞), 니로 EV(401㎞) 등 소형 전기 승용차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포터 EV는 충전소에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 충전소에서 만난 포터 EV 차주 손상덕(자영업·70)씨는 "충전거리가 너무 짧아 고속도로 휴게소를 하나 걸러 하나는 들러야 한다"며 "지역에 따라 휴게소에 충전기가 없는 곳도 많고 가격 편차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싼 충전 요금을 받으면서 상주 관리자가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결제 방식도 충전소마다 달라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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