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고령리스크 vs 4번 기소 사법리스크…백악관行, 또다른 변수 [미 대선 D-1년①]

김형구 2023.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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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는 경제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닥친 중동전쟁,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등이 우선 꼽힌다.


①미국 경제


무엇보다 미국의 경기가 차기 백악관 주인을 가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핵심 승부처인 경합주 6곳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업체 레드필드&윌턴스트래티지스의 10월 7~9일 조사에서도 내년 대선 지지후보 결정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를 꼽은 이가 6개 주 모두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을 점하며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이어 낙태, 이민, 환경 등의 순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 경제는 지표상 나쁘진 않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4.9%로 집계돼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당 기간 유지돼 온 3%대 실업률도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런 데이터를 앞세워 바이드노믹스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알린 10월 31일 기준 미국 내 휘발윳값이 갤런당 평균 3.478달러로 표시돼 있다. 사진 미국자동차협회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체감 경기다.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미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이 지난 9월 3.7%를 기록했지만 이미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라 있었던 상황이어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버겁다는 불만이 많다. 특히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름값도 호전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10월 31일 기준 갤런당 3.478달러(미국자동차협회ㆍAAA)인 휘발윳값은 아직은 버틸 만한 수준으로 인식되지만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경우 바이든 대통령 재선 가도에 최악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


②두 개의 전쟁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 터진 전쟁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일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ㆍ지원을 강조하지만 이런 행보가 지지층 여론에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한 달 전(86%)보다 11%포인트 떨어진 75%를 기록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이탈한 결과라는 게 미 주요 언론의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더 확산될지 여부가 대선의 핵심 변수다. 이란이 참전하며 국제 유가가 들썩거리며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해 미국 유권자들의 일상을 괴롭힐 경우 바이든 대선엔 최대 악재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은 미국 바깥에서 벌어졌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여파의 책임을 민심은 현 정부에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중동에서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지역 불안정이 커지면 미국도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가 바이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③고령 리스크


1942년생으로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리스크도 주요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6년생으로 네 살 아래다. 로이터통신ㆍ입소스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응답이 바이든 대통령은 77%, 트럼프 전 대통령은 56%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장 연설 무대에서 넘어져 행사 관계자의 부축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를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또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말실수하는 경우가 잦았다. 민주당 안팎에선 바이든의 고령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만 바이든을 향해 “늙은 게 아니라 무능력한 게 문제”라고 비아냥댔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방문한 곳의 지명을 헷갈리거나 과거 기억에 착오를 일으키는 등 실언이 잇따르면서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④사법 리스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험요인은 사법 리스크다.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기소됐던 그는 올해 들어 총 4차례 형사기소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혐의,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한 압력 행사 혐의 등이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월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두해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그가 기소될 때마다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봤지만 본선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재판 일정이 내년 대선 레이스의 주요 고비와 겹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ㆍ무당층 외연 확장을 막아 트럼프에게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히 조지아주 케이스는 재판 과정이 TV로 중계돼 부동층 유권자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밖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SNS 등에서 퍼지는 사진ㆍ영상ㆍ글 등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역대 어느 때보다 선거판을 어지럽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강태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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