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국 처칠-인도 간디처럼…이승만 동상, 워싱턴에 세운다
미국 워싱턴 D.C 한국대사관 앞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1875~1965년)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이 추진된다. 앞서 각계 원로들이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을 설립해 국내에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엔 한·미 양국 인사들이 동상 추진의 뜻을 모았다.
한국과 미국의 정·재계, 학계 인사들은 2일 낮 1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모임’(가칭)을 발족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미국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했고, 독립 후 초대 대통령으로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끄는 등 이 전 대통령이 한·미 동맹과 우호에 기여한 바를 기리겠다는 취지다.
동상 건립 예정지인 워싱턴 D.C는 전 세계170여개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세계 외교의 중심가다. 대사관이 몰려있는 워싱턴 북서쪽 ‘매사추세츠 애비뉴’(Massachusetts Avenue)는 ‘엠버시 로’(Embassy Rowㆍ대사관 거리)로도 불린다. 치열한 외교 각축전이 벌어지는 이곳에, 각국은 자국의 대표 인물을 대사관 앞에 동상으로 세워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예컨대 영국대사관 앞엔 미국과 연합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영웅 윈스턴 처칠이 2m 높이의 동상으로 서 있다. 인도 대사관 앞에는 독립운동가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앞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튀르키예 대사관 앞엔 국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 동상이 서 있다.
한국에서도 그간 이승만 동상을 국가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아 한국 대사관 앞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었으나, 성사된 적은 없었다. 김대중 정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맡았던 고(故) 김광웅 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생전 언론 인터뷰(2013년)에서 “정부가 국내 진보 세력의 눈치 등을 보느라 번번이 무산됐다”고 좌절 이유를 밝힌 적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소수의 보수 진영 인사 위주로 추진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한·미의 저명인사가 두루 모였다. 국내에선 민족대표 48인 중 한명인 고하(古下) 송진우(건국훈장 독립장 수훈) 선생의 손자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도 교수였던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참여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한국 개신교의 대표 원로인 김장환(극동방송 이사장) 목사와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정·관계에선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유명환(외교통상부)ㆍ최중경(지식경제부) 전 장관 등이 동참한다. 미국에선 한국 전쟁 당시 8군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셉 맥크리스천 주니어, 흥남철수의 영웅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증손자 벤저민 포니가 참여했다.
동상 건립의 키를 쥔 정부에서도 이승만 재평가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의 성공을 응원한다”며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모임 관계자는 “국가보훈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도 동상 건립 추진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현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은 일본의 한반도 강점이 국제법상 무효라는 사실을 세계와 미국에 전달하고, 독립 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지닌 인물”이라며 “한국 대사관 앞에 서 있기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총리도 “그분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과거 많이 폄하됐지만, 시대가 흐른 만큼 이번 동상 건립 추진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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