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난민촌 공습에 수백명 사상… 이스라엘 내부서도 비판

송태화 2023. 11. 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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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최대 난민촌 주택가가 지난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표적이 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셀렘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살상 규모가 소름 끼칠 정도라면서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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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표적 공격’ 비난 쏟아져
아랍권 국가들 일제히 규탄 성명
가자지구 외국인들 피란길 열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숨진 아이의 시신을 담요로 덮어 옮기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전날 공습으로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다친 것으로 1차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잔해 속에 깔린 이들이 많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P뉴시스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 주택가가 지난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표적이 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차별 공습을 강행해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1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하루 동안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의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거점에서 작전을 펼쳤다”며 “이 지상 작전을 통해 약 50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적의 지하터널 기반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장갑차와 탱크 여러 대가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지상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하마스 측과 근접 전투를 벌였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자평했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천명이 머물던 자발리아 난민촌에도 포탄이 떨어지며 막대한 희생이 동반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포탄이 떨어진 지점에 화산 분화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고 인근은 폐허로 변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최초 집계 결과 최소 50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아직 잔해에 깔린 이들이 많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4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면서 외국 여권 소지자 3명을 포함해 7명의 인질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자발리아 난민촌은 1948년 집과 땅을 잃고 쫓겨난 팔레스타인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이어져 온 마을이다. 총면적은 1.4㎢로 넓지 않지만 유엔에 등록된 자발리아 난민만 11만6000명에 달해 밀집도가 매우 높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밀집된 주거 지역을 향해 더 깊숙이 진군하기 시작하면 사상자가 본격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군의 31일(현지시간) 공습으로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주변이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주민과 구조대가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최초 집계 결과 최소 50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잔해 속에 깔린 이들이 많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난민촌 공습은 400명 이상이 사망한 지난달 17일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발 참사 이후 단일 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 사건이다. 병원 폭발은 미국 정보기관 등이 이스라엘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지만 이번 건은 명백히 이스라엘의 소행이어서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셀렘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살상 규모가 소름 끼칠 정도라면서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격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는 보복권을 옹호하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측은 “난민촌과 병원 등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하마스가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며 하마스에 책임을 돌렸다.

이번 난민촌 참사는 아랍권의 분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반유대주의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등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볼리비아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며 개전 이후 처음으로 단교를 선언했다.

한편 가자지구에 있던 외국 여권 소지자들이 이날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카타르가 중재한 협상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하마스가 외국 국적자 및 중상자의 가자지구 밖 이동을 허용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라파 통로로 민간인이 빠져나온 것은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25일 만이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통로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곳이다. 이날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 환자 등 500명가량이 빠져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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