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의원들 ‘떨어져도 좋다’는 희생할 준비 필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일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이 당을 위해 ‘떨어져도 좋다, 해보자’ 하는 희생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일부 영남권 의원의 반발 속에 잠시 접어뒀던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인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전남 순천에 출마해 당선됐던 이정현 전 의원 사례를 거론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의원이) 100% 질 줄 알았는데 전라도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됐다는 신화가 됐다”며 “그런 뚝심, 희생할 준비가 (국민의힘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들에 대한 질문에는 “윤핵관은 없다. 언론이 만든 말”이라며 “없는 병(病)을 자꾸 있다고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와 관련해 “나도 가기 전에는 왜 국민의힘 구성원 전원이 추도식에 못 간다는 걸까 의아해했는데, 추도식을 다녀와서는 안 간 이유를 알겠더라”면서 “유가족들은 그저 슬퍼할 뿐인데 정치인들이 추도식을 너무 이용했다. 추도식 후 나올 때 실제로 주먹도 몇 번 맞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얼마나 상처가 크기에 저럴까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띄운 이후 영남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사과 요구도 나왔는데.
“뭘 사과하란 말인가. 낙동강 하류는 귀한 지역이다. 대통령이 7명(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나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낙동강 하류를) 오히려 잘 이용해서 전라도 대통령을 안 만들고 경상도 대통령을 2명이나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국민의힘이) 하나 더 나아가 ‘이 당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지역에 기대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끝내야 한다.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지 않나.”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영남당’이라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인가.
“내가 존경하는 이정현 전 의원 얘기를 하겠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보궐선거 당시) 계백의 마음을 갖고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로 출마했다. 100% 질 줄 알았는데, 전라도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이 되면서 신화가 됐다. 영남권 의원들이 (다른 의원들도) 이정현 같이 ‘떨어져도 좋다, 당을 위해서 해보자’ 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나라가 제일 먼저고 그다음이 내가 몸 담은 당 아닌가.”
-‘윤핵관’ 인사의 공천 여부도 관심사다.
“윤핵관은 없다. 100% 언론에서 만든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대통령이 친한 사람이 있고, 쉽게 자문받는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난 의사다. 내가 진단해 보니 그런 병은 없다. 없는 병을 자꾸 있다고 하지 말라.”
-대통령실과 여당의 수평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기대해도 된다. 대통령이 많이 변한 것 같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분이 참 인간적인 사람이다. 원래 검사나 의사는 굉장히 수직적이다. 의사도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 막 지시한다. 환자가 죽으면 내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시정연설에서의 대통령 모습은 첫 변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변화를 주문한 적 있나.
“대통령을 만나거나 지시받은 건 없다. 앞으로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는 싫다. 내가 누군가의 오더(명령) 받고 사는 사람 같나? 하하.”
-하지만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불참한 것을 두고 비판도 제기됐다.
“추도식 후 나올 때 실제로 주먹도 몇 번 맞았다. 그럼에도 우리 편 아닌 사람들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에서) 저 사람들이 왜 나를 때리려고 할까, 얼마나 상처가 크기에 저럴까 헤아려야 한다.”
-유승민 전 의원을 최근 만났다고 했는데 어떤 얘기를 나눴나.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도 만날 계획이 있나.
“언론 때문에 편견이 많았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유 전 의원은 ‘코리안 젠틀맨’이더라. 내가 ‘도와 달라’고 얘기하자 유 전 의원도 낮은 자세로 지켜보겠다고 화답했다. 국가와 당이 많이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나이가 나보다 어리지만 정치 선배다. ‘이준석 선배’에게 뭐가 문제인지 듣고 싶다. 홍 시장을 만나러 내려가고 싶다.”
-혁신위에서 통합 외에 어떤 안건을 제안할 계획인가.
“1호 안건이 통합이었다면 두 번째 안건은 희생이다. 지금까지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인이 이득을 봤다면 이제는 그 이득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부터 국회의원 정수 등 내려놓아야 할 기득권이 많다. 다만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다.”
-총선 공천 룰에 대해서도 혁신위에서 논의할 계획이 있나.
“내가 공천관리위원장이 아니다. 다만 개인 사견으로는 경선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당이든 꼭 필요한 스타들을 배치(전략공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지만, 과거 김무성 전 대표가 얘기했던 ‘오픈 프라이머리(상향식 공천)’가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종선 박민지 박성영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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