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노벨문학상과 한국 희곡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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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문학상은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10년대 신파극 중심의 신연극 태동기를 거쳐 1920년대 서구 근대극을 따르는 신극운동이 펼쳐짐에 따라 한국에도 희곡과 극작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례로 일한연극교류센터의 번역출판 및 낭독공연 사업 덕분에 일본에서 한국 희곡이 꾸준히 소개되더니 최근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특히 번역을 통해 한국 희곡이 해외에 소개되다 보면 그토록 목매는 노벨문학상을 한국 극작가가 차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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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문학상은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에게 돌아갔다. 포세는 ‘근대 연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 이후 노르웨이가 낳은 최고의 극작가다. 원래 소설로 데뷔했다가 1990년대 초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희곡 집필을 의뢰받으면서 극작가가 됐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희곡이 ‘누군가 올 거야’(1992~1993년 집필). 다만 실제 무대화 및 출판은 1994년의 두 번째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가 먼저다. 데뷔작인 이 작품은 그를 단박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1996년 출판된 ‘누군가 올 거야’가 1998년 프랑스와 2000년 독일에서 공연돼 호평받은 이후 포세의 희곡은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무대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날의 꿈’이 2006년 처음 무대화된 이후 ‘겨울’ ‘이름’ ‘기타맨’ ‘나는 바람’ ‘누군가 올 거야’ 등이 꾸준히 공연됐다. 포세의 희곡들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0회 이상 공연된 것으로 추정된다. 입센을 제외하면 노르웨이 극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포세는 1901년 노벨문학상이 설립된 이래 극작가로는 14번째 수상자가 됐다.
희곡은 소설, 시와 마찬가지로 문학의 주요 장르다. 다만 공연을 전제로 쓰이는 만큼 연극의 한 요소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서양 문학에서는 고대 그리스비극이 그 원류로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 괴테, 브레히트, 체호프 같은 극작가들이 최고 작가로 손꼽힌다. 실제로 이들 희곡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연극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로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근대 이전까지 문학 장르로서 희곡 형식을 가지지 못했다. 우리 고유의 연극 양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본이 구비문학 형태로 전승됐기 때문에 서양에서처럼 극작가가 나올 수 없었다. 광대로 통칭되는 배우 역시 신분이 매우 낮은 천민인 것도 연극 장르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
하지만 1910년대 신파극 중심의 신연극 태동기를 거쳐 1920년대 서구 근대극을 따르는 신극운동이 펼쳐짐에 따라 한국에도 희곡과 극작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 연극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현재 150개 이상의 소극장이 몰린 대학로에서는 연간 연극이 1000편 이상, 뮤지컬까지 포함하면 2000편 이상 올라가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희곡이 문학의 한 장르로 대접받지 못한 채 그저 공연 대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회성의 예술’인 연극 특성상 활자화되지 않은 희곡은 영속성을 갖지 못하는 만큼 연극계 밖에서 극작가를 알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열리는 도서전이나 한국이 주빈국인 해외 도서전에서 한국 극작가들과 그들의 희곡은 늘 찬밥 신세다.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번역 사업에서도 희곡이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희곡은 번역될 경우 현지에서 무대화될 수 있는 만큼 확장성이 크다. 실례로 일한연극교류센터의 번역출판 및 낭독공연 사업 덕분에 일본에서 한국 희곡이 꾸준히 소개되더니 최근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해외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됨에 따라 한국 희곡을 찾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 문화 이해와 한국어 능력 증진 등 여러 이유로 한국 희곡을 가지고 연극을 올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시와 소설만큼은 아니더라도 희곡에 좀 더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번역을 통해 한국 희곡이 해외에 소개되다 보면 그토록 목매는 노벨문학상을 한국 극작가가 차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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