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화업 3대’ 오병재 작가
“그림은 함께 즐기는 것”
이름하여 ‘마누라가 몰라야 하는 작가들의 전시’였다.
이런 이상한 제목의 전시는 오병재 작가가 기획한 터였다.
이를테면 오 작가가 일반인들(교수, PD, 투자회사의 임원 등)의
멘토가 되어 6개월을 가르친 후, 그 결과물을 선보인 자리였다.
최근 오 작가가 서울 자하문로 ‘표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기에
10년 전 ‘마작클럽’ 전시를 연 이유부터 물었다.
“당시 미술의 접근성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전문직을 가진 제 친구조차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이야기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나 미술에 접근할 수 있는 ‘미술 대중화’를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마작클럽전’인 겁니다.”
그렇다면 오 작가의 이런 기획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오 작가의 가계도에 답이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지호 화가, 아버지는 오승윤 화가였다.
오지호 화가는 우리나라에서 인상주의를 열어젖혔고,
오승윤 화가는 오방색 화려한 그림을 남겼다.
그러니 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미술을 접했고,
할아버지, 아버지와 다른 자신만의 화법을 찾게 되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영국에 가서야 나만이 시점이 확립됐습니다.
우리가 보는 시점이 정면이잖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 시점을 거꾸로 본 겁니다.
대상의 시점에서 보는 사람으로 거꾸로 오는 시선,
이를테면 나로부터 시작하여 소실점으로 가는 게 아니라,
대상으로부터 소실점이 제게로 오는 거죠.
이게 제가 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인 ‘역(逆) 원근법’입니다.”
그의 답을 듣고 보니 결국 나, 너가 아닌 서로 ‘같이 본다’는 의미였다.
10년 전 기획한 ‘마작클럽전’ 또한 ‘같이 본다’는 뜻이었던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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