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2023. 11. 2. 00:29
덕(德)은 득(得, 얻음)이다. 내가 베풂으로써 남에게 득이 되었던 것이 언젠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덕인 것이다. 덕을 베푸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베풂을 받은 사람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개인주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심지어는 ‘남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개인주의 사회라는 이유로 소통을 거의 안 하고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웃 사이에 서로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는 무관심의 썰렁한 분위기가 흐른다. 아예 덕이 자랄 공간이 없다.
김일로(金一路) 시인은 “주고받는 정(情)이 설야(雪夜) 속에 훗해(따뜻하여) 등불이 부처련 듯 합장하는 저 모습”이라는 시를 쓰고, 그것을 다시 “정거정래인간난(情去情來人間暖:정이 오고 가면 인간 세상은 따뜻해지고)”라는 한문 한 구절로 압축해놓았다.
긴긴 겨울밤, 밤참으로 고구마를 삶거나 떡을 찌면 아이들 손에 등불과 함께 밤참을 들려 이웃집에 돌렸다. ‘웬 떡’을 만난 가난한 이웃은 등불을 든 아이를 향해 합장한 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아이는 어느새 부처가 된다. 이웃과 나누는 덕과 정이 아이를 부처님 마음을 갖도록 키우는 것이다. 덕불고 필유린!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전청조 "남현희 터질 의혹 많은데…나 혼자선 이기기 어렵다" | 중앙일보
- “1년 전 그 냄새 또 납니다” 어느 원룸촌의 연쇄 고독사 | 중앙일보
- "240만원 콘서트 아깝지 않다" 아이돌 밀어낸 임영웅 뒤 그들 | 중앙일보
- 층간소음 쪽지 붙였다가 스토킹범?…'법알못'의 필수 꿀팁 [당신의 법정] | 중앙일보
- "백화점 안 갈래"…유커 줄고 산커 늘자 관광객 붐빈 이 곳 | 중앙일보
- 이승기∙이다인, 내년 2월 부모 된다…결혼 7개월 만에 임신 소식 | 중앙일보
- 분노한 태국 여행객 '#한국 방문 금지' SNS 비난 폭주…무슨 일 | 중앙일보
- "쥐 버거 즐겨라" 수십마리 '쥐 테러'에 맥도날드 발칵, 뭔 일 | 중앙일보
- "30억 후원할 것"…남현희, 펜싱협회에 전청조 소개했다 '퇴짜' | 중앙일보
- 韓 10명 중 9명 해외 보냈다…이 여행사 가장 비싼 1억 투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