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태의 마켓 나우] 인공지능, 두려움보다는 경탄으로 대하자
‘거대 언어 모델(LLM)’을 응용한 챗봇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챗봇은 언어에 내포된 깊은 의미까지 표현한다.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로 훈련한 인공지능(AI) 모델’인 LLM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두려움(fear)과 경이로움(wonder)을 관통하는 경탄(awe)을 선택하겠다.
AI는 전문가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난 5월 말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영리 단체인 인공지능안전센터(CAIS)가 한 문장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줄이는 것은, 팬데믹과 핵전쟁과 같이 사회를 위협하는 다른 위험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문헌의 서명자들은 ‘AI의 대부(代父)’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과 요슈아 벤지오, 생성형 AI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샘 올트먼 등 학계와 산업계의 거물들이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AI 발전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소논문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의 AI위기 관리’를 10월 말 발표했다. AI도 국내외적 거버넌스가 필요하게 됐다는 뜻이다.
AI를 주도하는 유명인들까지 움직인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초거대 모델이기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어렵다. 개발의 가속화로 앞으로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LLM의 동작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전달할 아날로지(유추)나 메타포(은유) 같은 수단이 없다는 게 두려움의 한 원인이 아닐까.
두려움을 극복할 방안은? 레옹 보투와 베른하르트 슐코프가 10월 초에 내놓은 논문 ‘보르헤스와 AI’는 라틴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1899~1986)의 소설에서 대안을 찾는다. AI 낙관론자·비관론자 모두 과학소설(SF)이 제시하는 이미지에 빠져있다고 지적하는 이 논문은, 만일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LLM을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지능으로 착각한다면, 보르헤스가 쓴 『바벨의 도서관』에 나오는 사서처럼 무한히 많은 책의 미로에서 끝없이 방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LLM으로 과거를 조명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의 일부를 훔쳐본다면 LLM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경이로운 동반자가 될 것이라 제시한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AI와 함께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막연하게 AI를 실존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로 이해하는 소극성을 탈피하자. AI의 경이로움과 선제적으로 소통하고 더 창의적인 일에 도전해 나만의 장르를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그 출발점은 두려움과 경이로움 사이에서 경탄이라는 좋은 밸런스를 찾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문태 LG AI연구원 어드밴스트 ML 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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